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4 - CIA급 정보 능력
대학을 다닐 때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저 나무 이름이 무엇이냐?', '저 꽃의 이름은 무엇이냐'라고 물어 올 때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난 밥상에 올라오는 나물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데 회사 임원이 길거리에 있는 가로수 이름을 모른다고 직원을 타박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지나가다가 처음 보는 건물이 있는데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는데 모른다고 했다가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혼내면 얼마나 억울할까?
어지간한 한국 회사 해외 주재원들이 겪는 일이다.
보수적인 회사들의 로열패밀리들은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특히나 오너 가족들의 갑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회사의 경우 주재원의 최우선 업무는 로열 패밀와 임원들에 대한 '의전'이다. 해당 회사의 주재원들은 로열패밀리가 다녀갈 동선을 미리 예행연습을 해서 눈에 띄는 건물이나 나무 같은 것들은 미리 현지 직원 통해서 확인하고 외우기까지 한다. 웃기고 당연한 것이지만 현지인들도 모른다.
생각해봐라 서울에 사는 당신이 영등포구에 여의도동에 있는 건물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 다 아는가 말이다!
해외에서 아무리 일 열심히 해봐야 좋은 성과 내기는 힘들고 회사의 핵심인사가 해당 국가에 방문했을 때 의전을 얼마나 잘했는지가 '승진'과 '진급 누락' 심하게는 '해고'까지 결정된다.
1. 당신은 CIA급 정보력을 습득해야 한다.
본사에서 오는 사람들은 당신이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해당 국가의 완벽한 전문가로 오인하기 쉽다. 1년만 근무해도 업계 동향 파악은 당연한 것이고 현지어에 능통하면서도 현지 국가의 사회, 정치적, 경제적 이슈까지 섭렵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 임원들이나 회사 오너들은 주재원 생활을 안 해봤으니까?! 웃기는 짬뽕이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외치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본사에서 오는 사람들 욕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회사에서 안 잘리고 월급 따박따박 받고 싶다면 더럽고 치사해도 회사에서 오는 사람들 인식이 바뀔 때까지 그들에게 맞추어 줘야지 않겠는가?
주재원 당신에 대한 평가는 해당 국가를 방문한 임원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 기왕 하는 거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1) 해당 국가 영자 신문을 보자
- 주재원으로 나오면 다들 영어 잘하는 줄 알지만 의외로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주재원들이 부지기수이다. 나름 현업에서 일 잘하는 인력이 뽑혀 오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현업에서 영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
영어가 딸리면 구글 번역기를 활용하자! 요즘 구글 번역 능력이 뛰어나서 어지간한 내용은 다 이해할 수 있다. 영어 시험공부하는 것 아니니 구글 번역기 쫙쫙 돌려서 주요 내용 훑어보고 이슈 사항 간단한 정리만 잘해보자.
2) 현지 교민 잡지 / 신문이라도 열심히 보자.
- 요즘은 한국 교민 잡지 수준들이 많이 높아져서 현지 국가의 주요 이슈들을 잘 정리해서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교민 잡지라도 열심히 보면서 현지 국가의 경제 상황과, 정치, 사회 현상이라도 파악하자
3) 다른 회사 주재원들과 친하게 지내자
- 해당 국가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다른 회사 주재원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 한국 회사들이 참 어리석게도 해외 법인 근무자들의 인수인계 기간 소홀히 하다 보니 전임자에게 제대로 인수인계를 못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회사 주재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노우하우를 전수받기를.. 그렇다고 만날 술 퍼마시고 다니지는 마시고..
4) KOTRA 무역관 보고서를 상시 열람하자
- KOTRA에서 해당 주재국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으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수시로 확인해보고 주요 이슈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5)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당 국가 뉴스 검색
- Daum이나 Naver 뉴스 검색을 통해 해당 국가에 관련된 정보가 있는지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 검색해보면 주요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소식이나 중요한 국가 이슈 같은 것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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