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솔직해질 자유

by 응시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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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고난 기질에 따라 세상을 합리화하며 성숙해 가기에, 삶에서 얻은 경험적 의지로 자신에게 알맞은 선택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선택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그 결과에 따른 후회, 관계의 흔들림에 노출되다 보면 내적 갈등이 심화하여, 정서적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혼란은 마음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심적 불안을 촉발하고 결국 감정적 여유를 상실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흘러 감정이 안정되기 전까지, 대개 본능에 따른 갈망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본성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져 심적 제약을 느끼거나, 주변의 기대, 혹은 따라야 할 것만 같은 사회적 인식에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능에 따라 가장 끌리는 행위에 집중하게 될 수 있다.


성향에 따라 사람들과의 소통을 끊고 혼자만의 시간에 몰두하거나, 또는 가능한 한 많은 이와 표면적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편안함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상에 집중하며 감정을 다스리려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인식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가치에 몰입하여 사회적 공감대가 인정하는 균형 잡힌 편안함과 안정을 찾거나, 지극히 내밀한 성적 관계를 통해 솔직한 본능에 따른 깊은 만족을 충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삶을 반복할수록, 사람은 점점 익숙하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몰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종종 감정적 불안을 직면하려는 의지가 약해지면, 오히려 억눌려 있던 내면의 불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 감정적 악순환이 반복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무난하게 만족하는 삶이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이든 결국엔 삶에 회의를 느끼고 무기력한 공허함에 빠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럼에도 자신이 걸어온 인간적인 삶의 궤적을 받아들이며, 익숙한 일상의 자극에 몸을 기대어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기질이 끝내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당하기 힘든 감정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내밀한 만족을 갈망한다면, 그 감정의 무게를 느낄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그 감정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그 고통이 절망으로 변해 자신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은, 비록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다준다. 그러니 감정 상태에 따라 자신만의 속도로 스스로 허락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다가가면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사회에서 막상 다가가는 도중 그 감정이 옅어질 수 있지만, 멀어진다면 단지 그뿐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고와 행동 속도가 느려지고,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면서 하루가 체감상 더 빠르게 흘러간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태어난 이상 익숙한 만족만 좇다가 남겨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눈앞의 현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감정적 고민에 쏟을 여유마저 줄어든다. 따라서 지금 감정적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 감정을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어 가는 시간 속에서도, 그 바람이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면, 그 감정은 외면이 아니라 직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반드시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만으로도 끝없는 불안의 파도조차 관조할 수 있는 자기만의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매 순간, 새로운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여들어 투명한 물결에 발을 담근다. 그러고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삶의 마지막 장면을 향해 저마다의 속도로 헤엄친다. 누구는 빠르게 나아가고, 누구는 천천히, 또 누구는 멈췄다 다시 헤엄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함께 출발한 사람들 간에도 점차 거리가 벌어진다. 흐르는 세월을 팔로 가르며 자신만의 속도로 헤엄치다 보면, 결국 모두가 노을 진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다. 대개는 그 황홀한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며 사라져 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빛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꿈꾸던 삶의 결을 좀 더 선명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에 더욱 빛나는 성취를 느끼기 위해 다시 힘을 내어 물살을 가른다. 결국, 끝없이 넓은 바다에 홀로 남을지라도 그 사람은 자신이 품었던 바람에 마지막까지 솔직했음을 스스로 기억한 채, 조용히 그 황혼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못다한 말이 없도록 솔직했다.


2024년 07월 17일

2025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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