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이들에게서는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아기는 한시도 부모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 부모에게 매달리며 사랑을 갈구하고, 부모는 아기가 느낄 수조차 없는 너무 많은 부분을 세심히 신경 쓰며 편안한 사랑으로 아기를 보듬는다. 그리고 현실에서 밀려오는 감정의 격랑에 맞서면서도 서로를 향한 애정과 아기를 품은 마음만으로 아기에게, 서로에게 사랑을 건네며,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이해하고, 보답하는 깊은 사랑이 순환하는 삶을 살아간다. 일과 사랑 외에는 다른 것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아기의 무해함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장 해제되어 사랑을 하염없이 품고 나누게 된다. 나는 이토록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볼 때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특히, 내가 정서적으로 아끼는 사람이 가족을 꾸리면 조금 더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행복한 가정을 이룬 상대에 대한 흐뭇함이 가장 크고, 이어서 약간의 거리감과 나는 이룰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는 모든 감각과 애정을 아기에게 몰입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기를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겠지. 아빠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럼에도 나라면 아기에게 몰입하는 아내를 더없이 아끼며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기가 자라면서 부모로서도 더 성숙하고, 나이 든 가족으로서 더 많은 인간적인 면을 경험하며 살아가겠지. 상상만 해도 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지는 부러운 삶이다. 그렇지만 나도 나대로 자식이 없는 삶에서 편안하고 고요한 행복을 찾아 누리고 있다. 부모가 된 이들과는 또 다른 삶에서 깊어지는 사랑과 둘만의 내밀한 행복을 느낀다. 아마도 나는 이렇게 둘만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면의 여유를 품은 채 멀찍이서 그들이 서로에게 품은 사랑을 바라보며, 순수한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고, 그 가족의 행복을 마음속 깊이 축복한다.
나는 그들의 삶에서 부러움을 느끼기에 더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고, 그들 사이의 애틋한 순간들이 마음속 깊이 다가오기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만의 사랑에서 비롯된, 조용하고도 선명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그저 흐뭇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 만나서 즐겁게 지내고,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여 남겨줄 뿐이다. 이처럼 나는 나만의 행복 속에서 타인의 행복을 바라보며 또 다른 행복을 얻는다. 이미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고, 서로 간에 지닌 마음을 원하는 만큼 전하고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상대의 마음을 다 품지 못하고, 내 마음도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얻을 수 있기에, 서로 속도와 결이 다른 행복일지라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을 건네받으며 함께 그 순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이런 현실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내 본성을 주무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내 본래 기질을, 그들과의 관계 안에서 더 단정한 태도로 조율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 연인은 이미 나보다 더 긴 세월 동안 자신만의 삶과 사랑을 품었고, 나와는 또 다른 결의 행복을 추구하며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닿고자 하는 행복은 같지만,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에서도, 각자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그 나름의 만족을 느낀다. 그렇게 나와 연인은 둘만의 삶에 필요한 사랑과 말을 나누고, 드러내지 않아도 될 마음은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한다. 따라서 나는 내가 아끼는 타인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나만의 소중한 가치로서 내 마음 한편에 담아둔다. 그리고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타인이 이해하지 못할 감정은 가만히 품고, 그들이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건네며 그 순간의 행복을 나눈다.
이제는 그저, 각자의 깊은 마음을 푸른 하늘 위를 떠다니는 흰 구름 올려다보듯 가볍게 바라본다. 익숙하게 보고, 느끼고, 조용히 만족한다.
2025년 05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