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조각들

by 응시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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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평편한 바위에 걸터앉아 지척에 있는 우뚝 솟은 바위를 바라본다. 그 거대한 바위는 지는 햇살을 받아 불그스름하게 빛나고 있다. 물끄러미 큰 바위를 바라보던 사람은 무심한 손길로 손안의 돌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고 큰 바위 쪽으로 던진다. 햇살에 빛나는 돌조각이 짧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툭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튕겨 나간다. 그 사람의 무심한 눈빛도 반짝이는 돌조각의 궤적을 따라가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큰 바위 아래에는 이미 많은 돌조각이 떨어져 있다. 그 사람은 이 무의미한 행위를 다시 한번 반복한다. 손안의 돌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고 큰 바위를 향해 던진다. 그 사람은 단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손안의 돌조각이 떨어지자, 바닥에 흩어진 돌조각을 주워서 다시 던지기를 반복한다.


그 사람의 뒤편으로는 넓은 들판을 따라 높은 언덕이 펼쳐져 있다. 언덕 위로는 작은 형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형체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큰 바위 부근으로 긴 그림자가 이어지니, 그 작은 형체들이 이어서 지나갈 때면 긴 그림자들의 파도가 출렁인다. 언덕 위의 작은 형체들은 언덕 아래의 풍경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몇몇 형체들이 평편한 바위에 걸터앉은 사람을 흘겨보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풍경에 이내 지나갈 뿐이다.


그러던 중 언덕 위의 한 형체가 그 사람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 사람의 등은 햇살을 받아, 그 사람이 마주한 큰 바위처럼 불그스름하게 빛나고 있다. 그 형체가 그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그 형체로부터 뻗은 그림자는 그 사람의 등을 타고 넘어 큰 바위까지 드리운다. 그 형체가 그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그 사람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더 커지고, 더 짙어진다. 그 사람은 등 뒤의 위화감에 관심이 없는 듯 반짝이는 돌조각의 궤적만을 좇는다.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애써 무시한다.


그 형체도 그 사람에게 더 다가가지 않는다. 그 형체는 검게 물든 그 사람의 등을 지켜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그 형체가 언덕을 향해갈수록 그 사람의 등에 드리운 그림자는 작아지고, 옅어진다. 그 사람은 자기가 외면한 불편함이 사라지자, 반짝이는 돌조각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 사람은 손안의 돌조각을 다 던지고, 다시 바닥에 흩어진 돌조각을 줍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등 뒤를 돌아본다. 그늘진 들판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언덕 위로는 회색 구름만 흘러갈 뿐이다. 그 사람은 조금 전 위화감이 날이 저물어가던 탓이라고 여긴다. 그 사람에게 이 그늘진 들판은 언제나 자기 혼자뿐이었다. 그 사람은 손안의 돌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고 다시 던지기를 반복한다.


2024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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