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탐험가 Jun 22. 2024

‘새벽감성’은 모두 폐기처분 해야하는 걸까?

눈을 떴다. 아직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이었다. 누워서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어젯밤에 인스타에 쓴 글을 읽었다. 당혹감은 당연했다. 어제 쓴 사람과 오늘 읽은 사람이 동일 인물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밤에 쓴 글 특유의 과장된 감정과 지나친 진지함이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빨간펜을 들었다. 어제의 나의 실수를 수습해 볼 생각이었다.


“사람마다 외로움의 모양이 다 달라요.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말은 무척 오만할 수 있죠. 아무리 노력해도 100퍼센트 공감하긴 어려워요. 그래도, 우리.. 같은 음악을 들을 수는 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최선으로 서로의 곁을 지켜줄 수는 있겠죠. 그것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어차피 외로운 사람 곁에 외로운 사람이 바스락 거리는 거라면 서로를 가만히 바라봐 주어요. 웃음과 무거움이 함께했던 시간. 갈피책방에서의 첫 독서모임이었어요.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마음으로 멀리서 응원할게요!”


글을 세 번쯤 읽고 있을 때였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내 안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어제의 나였다. 오늘 느끼는 당혹감의 크기만큼 어젯밤에는 달콤하고 촉촉하지 않았던가? 비록 과잉 감정이긴 하지만, 어제 그 글을 쓴 사람도 나다. 어제의 나는 따듯했고, 진심이 가득했다. 그 모든 것을 다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격한 감정을 가졌던 것이나 진지함이 지나쳤던 것이 죄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비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끄러울 수도 있고, 좋은 글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어쩌면 취객을 바라보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만의 진심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고, 남들이 뭐라고 할까 봐 표현하지 못하고, 언제 말해야 할지 몰라 아껴두었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가끔씩은 어제의 나를 배려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


빨간펜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무리 단점이 있다고 해도, 글을 수정해 버리면 어제의 따듯함과 진지함도 함께 사라질 테니까. 오늘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검열을 하지 않기로. 그동안 힘을 빼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여전히 글이 경직되고 어색하다.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며 나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었다. 그러니 디테일이 떨어지고, 나 다운 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가. 부끄러운 글을 쓰고 싶다. 과감하게 쓰도록 내버려 두어야겠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니까.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작가의 이전글 남편으로 살아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