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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Oct 15. 2020

[TOSOS] 지치지 않고 할 말

글쓴이 : 샌프란시스코 경이와믿음 피비_원더

TOSOS
The Other Side of the Story 
경이와믿음 주변의 이야기들




한국을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한 시대입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여섯 번째로 많다는 이 곳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거의 9만 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고 해요. 한인들을 위한 마켓이나 교회 등의 시설들은 넘쳐나고 어디서든 한인들을 마주칠 수 있지요. 



Pacifica, CA - Phoebe



하지만 일단 살던 터전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행여 내가 피해를 볼가, 이용 당할까, 나쁜 소문에 휘말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한두 겹의 보호막과 경계막을 두르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그립지만 일부러 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런 현실이 보여주는 것은 9만 명이라는 숫자가 '좁은 한인 사회'라는 이름을 떼어 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한국을 떠나온 지 어언 10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밥벌이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도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하는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하나님과 나, 교회와 나,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위태로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몸 담고 있던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보니, 꽤 견고하다 여겼던 신앙과 가치관이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참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었구나. 이제 나는 거친 바다 가운데에 홀로 서있구나 하며 한국에서의 신앙생활을 그리워 했어요.


하지만 그런 폭풍을 견디면서 이 폭풍이 사실은 누구나 한 번 즈음은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이제야 나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대답할 수 있는 자세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출처 : 인스타그램 @scattered_n_together



그러던 중에 한국에서부터 알던 J언니의 동네로 이사를 왔고 자주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J언니로부터 경이와믿음에 대해 소개 받고 북클럽에 참여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경이와믿음? 뭘 하는 곳이지? 저는 J언니와 대화할 때마다 기나긴 설명을 들었지만 그 설명이 끝나면 다시 물어 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뭘 한다는 건가요?'


아마도 제 마음 속에 사람들과 섞이고 생각을 나누는 것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들 목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이 지상 최대 명령이 된 듯한 교회 소모임에 너무 지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못 알아듣는 척, 못 믿겠다는 마음을 표현했어요. 



이 소박하고 작은 모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Dublin, CA - Phoebe



하지만 함께 성장하는 모임에 대한 갈망이 저로 하여금 계속 질문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뭘 한다는 건가요? 어떻게 한다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맴돌며 몇 번의 제안을 거절한 후 저는 드디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참여를 결심했지요.


첫 번째 북클럽은 저와 J언니, 그리고 다른 한 분으로 시작했어요. 곧 네 명이 되었고 다섯 명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이 모임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모두가 몹시 바라던 것을 함께 받아 들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아 읽은 책들과 마음에 들어온 문장들을 나누는 것뿐인데도 모두가 아주 열심이었어요. 다섯 명이 둘러앉아 첫 번째 북클럽을 마무리하던 날, 우리 모두는 이 소박하고 작은 모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scattered_n_together



이 순간, 밖에는 비가 오고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 장면, 영화나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늘 꿈꾸던 장면을요.


이렇게 시작된 scattered_n_together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시도해 보며 사부작 사부작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본사(?)라고 할 수 있는 '경이와믿음(wonder&belief)'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지만 이런 거 한 번해볼까? 와, 좋은 생각이야. 해보자! 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실행해 봅니다. 



그래서, 뭘 한다는 거야?



출처 : 인스타그램 @scattered_n_together



이렇게 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J언니가 북을 치면 제가 장구를 치며 화답하는 모양새에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9만 명의 한인 이민자 중 몇 명에게나 이 소식이 전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9만 명 중 세 명으로 시작된 이 모임이 새롭게 잉태되고 출산되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에게, 저처럼 안전한 울타리를 잃고 홀로 고군분투하던 여인들에게 함께 모여 놀 수 있는 놀이터, 함께 배우는 학교, 함께 성장하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그래서, 뭘 한다는 거야?' 라고 묻는다면 저도 J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긴긴 설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같은 질문을 계속 받더라도 J언니처럼 지치지 않고 설명해 주렵니다. 어차피 질문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고, 이제 마음을 정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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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_원더가 쓴 이 글의 원문은 아래 링크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목 : 10.13 - scattered_n_together



@wonder_n_belief

@scattered_n_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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