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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Nov 06. 2024

만두, 몇 끼까지 먹어봤니?

오린이가 원 없이 먹어봅니다.  만두 일곱 끼!

오린이의 어릴  꿈은 만두집 며느리가 되는 거였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소문난 만두집'이라는 고기만두집이 생겼다. 세상에는 집에서 만든 김치만두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고기만두는 세상에 첨 먹어보는 황홀한 맛이었다.  별나라의 맛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시집 안 간 고모 삼촌들까지 여덟 식구가 살았다. 기껏해야 내가 먹을 수 있는 고기만두는 겨우 서너 알 정도? 간에 기별도 안 갔다. 나는 언제쯤 고기만두 10알을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솜씨 좋은 엄마에게 만두집을 차리자고 해도 꿈쩍도 안 한다. 할머니도, 엄마도 그렇게 만두가 좋으면 만두집으로 시집이나 가란다. 만두집에 내 또래 아들이 있었나? 찜통 속에서 펄펄 익어가는 만두처럼 만두집 며느리가 되고 싶었던 욕망도 펄펄 익어갔다. 그때가 7살이었다.




그래서 정했다. 오린이의 첫 번째 동심 체험은 만두를 물리도록 먹는 것.

삼시세끼, 아니 일곱 끼 만두체험이다.

너무 기대는 마시라, 귀염 뽀짝 웹툰 버전으로 쓰려했으나, 쓰고 보니 최불암 선생님의 '한국인의 밥상'이 되어버렸다. 파~하


만두 첫끼를 시작해 볼까?

첫 끼는 누가 뭐래도 사골 국물에 끓인  김치 만둣국이다. 나에게는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만두 구전설화가 있다. 내가 3살 때였으니 나는 기억할 수 없는 얘기다. 둘째 아이 입덧이 끝난 엄마는 맵싸한 만두가 먹고 싶었다. 김치에 고춧가루를 얼큰하게 양념한 만두를 빚어 저녁상에 올렸다. 며느리의 상태도 모르는 할아버지는 무슨 만두가 이렇게 맵냐며 숟가락을 놓으며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때였다. "매워도 맛있기만 하네" 매운 만두를 호호 불며 끝까지 만두를 먹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였다. 김치만두 하나로 효녀 심청이 되던 날이었다.

 

아, 이렇게 구구절절해서 언제 일곱 끼까지 쓰겠나? 만두 두 끼부터는 팍팍 줄여보겠다.


만두 두 끼는 만두맛집에 갔다. 뚝배기만두, 도시락만두, 만둣국 만두 삼총사를 한꺼번에 영접했다.


만두 세끼 왕만두다. 대궐 같은 찜통에서 16개만 데려오려니 아쉬웠다. 흰 도시락에서 비좁다고 아우성치는 왕만두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우리 망했냐? 집이 너무 좁은데? 얼굴 좀 치울래? 숨 막히잖아


중국집에 갔다. 짬뽕이 맛있는 집이지만 군만두도 시켰다. 겉바속촉의 원조는 군만두다. 기름통에서 빠지더니 갈색 단풍이 들었다. 나에게는 만두 네 끼다.


아무래도 오늘은 한 판 떠야겠다. 친구랑 만두 한판! 고등학생이 되자 친구랑 만두를 탑처럼 쌓아놓고 먹었던 날도 있었다. 판만두가 먹고 싶다. 만두 다섯 끼는 친구를 꼬셨다.


만두 여섯 끼는 다시 국만두다.  이번에는 흰색 노란색 지단도 올리고 치장 좀 했더니, 사진빨이 제법 받는다.


이제 마지막 한 끼만 남았다.


사실, 내가 가장 먹고 싶은 만두는 할머니가 빚은 김치 손만두였다.

내가 아무리 만두를 좋아해도 우리 집 만두 원탑은 할머니였다. 왜냐? 불어 터진 만두까지도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명절 때 수십 명 분의 만둣국을 한 솥 끓이다 보면, 꼭 터진 만두들이 한 냄비씩은 남았다. 할머니는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몇 날 며칠을 불어 터진 만둣국만 드셨다. 머리가 제법 컸을 때 할머니에게 물어봤었다. 할머니 아까워서 먹는 거야? 진짜 맛있는 거야? 할머니는 진짜 맛있다고 했다. 틀니가 잘 안 맞는 날에는 틀니를 빼고도 잘 드셨다. 오물오물 후루룩후루룩, 명절이 지난 일주일 동안은 할머니 방귀냄새가 꽤나 고약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먹었다.  

만두 일곱 끼할머니가 빚은 만두를 꼭 닮은 김치손만두다. 만두를 먹는데  할머니 생각이 자꾸 났다.  만두를 먹는데, 왜 눈물이 나지?

-남편이 놀린다. 당신 진짜 갱년기야?

-아니거든 나 원래 어릴 때도 잘 울었거든!

- 할머니 손맛이 나는데 이 정도면 슬플 만두 하잖아

 


'오린이의 동심 세계'만두 체험은 일곱 끼가 끝이다. 일주일 동안 만두 일곱 끼를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은 만두, 정말 원 없이 먹어봤다. 만두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번 연재는 정말 잘 시작했구나. 글 좀 안 풀리면 어떤가. 나만 맛있으면 된 거지.

두 끼는 허겁지겁 먹느냐고 사진 실패


(에필로그)오린이의 동시쓰기


피는 못 속이지!


                                 by 포도송이


고무함지에 밀가루랑 물이랑

주물탕 주물탕 꾹

만두 반죽이 시작되지

한 덩어리, 두 덩어리 세 덩어리

우리 집 만두 귀신이 몇인데

밀가루 봉지 툭툭 털어

기어코 한 덩어리 더 만드는

할머니는 손도 크지


사과 궤짝만나무 도마 위에

철퍼덕철퍼덕 치대

맨들 맨들 부들부들

할머니 겨드랑이 살이 되지

긴 말꼬랑지 반죽 툭 툭 툭 썰어

엄지 검지로 예쁘게 펴면

박박 씻어놓은 소줏병 등장!

할머니의 만두피 요술쇼가 시작되지


요기조기 돌리고 돌려

쓰윽 쓰윽 몇 번 밀면

금세 손바닥만해진 야들야들 만두피

내가 좋아하는 만두피는

할머니 만두피

그치 그치! 할머니 만두피는 누구도 못 속이지


아침도 만두, 점심도 만두, 저녁도 만두

만두 좋아하는 나를 보면

할머니는 그러시지

암암 내 새끼!  피는 못 속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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