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도송이 Nov 13. 2024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오십이 넘어서야 가봤습니다. 광진교 다리 밑!

지난 연재를 위해 먹은 만두 7끼가 무리였을까?  어린이와는 다른 오린이의 대장육부는 세월을 속일 수 없었다. 위장, 소장, 췌장, 대장의 불협화음 속에 일주일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 오린이 체험은 액티브한 모험의 세계에 도전한다.


 진짜 엄마 찾으러 광진교 다리 밑으로

 

사실 우리 모두는 비슷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났다.

부모의 MBTI나 창의성에 따라 그것이 다리냐, 하늘이냐, 찰흙이냐, 배꼽이냐만 다를 뿐이지.

나의 경우에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들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광진교 다리 밑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성의 없는 뻔한 탄생설화라 지금의 평범한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뻔쩍뻔쩍한 황금알이거나, 천사가 맡기고 간 신의 아이라고 했다면 나는 스스로 비범함을 가진 아이인양 좀 더 고결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내가 태어났다는 다리가 실제로는 어떤 다리인지는 뭐 다 아실 테니 부연 설명은 안 하겠다.


나는 어릴 때 동생만 데리고 자는 엄마에게 서운했다.

"할머니, 왜 동생은 엄마가 데리고 자는데, 왜 나는 할머니랑 자요?"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잖아. 너네 친엄마는 광진교 다리 밑에 있어. 불쌍해서 이 할미가 데리고 자는 거야"

거짓말 거짓말 으아아 앙~

목이 터져라 서럽게 울었다.

어쩐지, 엄마가 아기를 보는 눈빛과 나를 보는 눈빛이 달랐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언젠가 크면 광진교 다리 밑을 찾아가 진짜 나의 친엄마를 찾으리라 결심했었다. 실제 나와 같은 광진교 출신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언제 광진교 다리 밑을 가보자 했었지만, 그 당시는 한강시민공원도 없던 시절인지라 천호동 구사거리 근처에서 번번이 실패했었다.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드디어 오린이는 진짜 엄마를 찾으러 광진교 다리 밑에 갔다.  

어제까지는 춥더니, 내가 엄마를 찾으러 가는 날은 가을 햇살이 따뜻했다.

51년 만에 고향을 찾는데,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지. 내가 낳은 큰 딸을 데리고 갔다.

다 큰 손녀딸까지 데리고 갔으니, 얼마나 뿌듯하실까?

광진교 다리 위를 조금만 걷다 보면, 다리밑으로 이어지는 연결 다리가 있었다.

세 잎 클로버들이 즐비하다. 내 눈에는 다 네 잎으로 보인다.

엄마를 찾으러 가는데 오늘만큼 행운인 날이 있을까?

드디어, 다리 아래 도착.

갑자기 그림 하나가 펼쳐진다. 이불보에 폭 쌓인 채 즐비하게 누워있는 아가들. 그리고 그 옆에는 쪼그려 앉아 훌쩍이고 있는 진짜 엄마들...

그런 그림 하나가 동심 속에는 오랫동안 걸려있었다.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그것은 어린 시절, 최초의 꼬마철학자가 탄생하던 날 스스로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진짜인 듯, 가짜인 듯 알쏭달쏭한 상태로 살아온 시절과 가짜인 줄 알면서도 가끔 내 부모가 싫어질 때면 차라리 진짜 부모가 아니었으면 했던 시절이 있었다.

큰 딸에게 말했다.

"지수야, 너도 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진짜 엄마 있나 찾아봐"

딸은 어이없어하더니 나의 팔짱을 꽉 끌어당긴다.

원래 광진교 다리 밑은 이리 조용한 걸까?

멀리 노인 한쌍이 걸어온다

호~옥~시?


끝이 아니다.

요기서부터는 좀 야한 얘기다.

꼬마 철학자가 제법 마음이 봉긋해진 어린이 철학자가 되면서 질문이 달라진다.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나는 엄마의 어디에서 나왔을까?

엄마에게는 눈이 사시인 친구, 순희아줌마가 있었다.  어린 나를 똑바로 봐주지 않아 속상했으나  말만큼은 시원시원하게 쏟아내던 아줌마였다. 그때 엄마의 뱃속에서는 막내 남동생이 자라고 있었다. 9살이었다.

"아줌마, 아줌마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이 왜 아빠 아기예요? 엄마 혼자 만든 거 아닌가요? 그리고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와요?"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 아줌마가 오늘 다 이야기해 주지.

역시 아줌마한테 물어보길 잘했다.


아빠한테는 아기 씨앗이라는 게 있는 데, 그게 밤이면 엄마 뱃속으로 통통 튀어 들어가서  아이가 만들어지는 거야. 그리고 어쩌고저쩌고...... 아기는 어디서 나오냐 하면, 엄마 배꼽에서 나오는 거란다."


헉~~~~~~그런 엄청난 비밀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나는 그날 두 가지를 결심했다.

밤에는 절대 남자들 옆에 가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배꼽이 열릴 수도 있으니 배꼽을 절대 후비면 안 되겠다.


5학년이 되었다. 갑자기 남자아이들을 옆반으로 이동시키더니 성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이곳저곳에서 친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울었다. 그날  알았다. 순희 아줌마가 속시원히 들려준 이야기가 나를 골려먹은 이야기라는 것을.


그래서 오린이가 찾아봤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성교육 동화책, 어떤 게 좋을까?

눈을 반짝이며 내게 탄생의 신화를 묻는 어린이가 있거들랑 나는 이 두 편의 동화책을 읽어줄 생각이다.

엄마가 알을 낳았대! (배빗 콜 글 그림/ 고정아 옮김)

나도 엄마 배속에 있었어요?(다그마 가이슬러 글 그림/김시형 옮김)


순희 아줌마는 이제 78살이 되었다.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고 했던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래도 일부의 진실이라도 알려준 덕분일까? 여전히 밤늦게 돌아다니지도 않고 배꼽도 잘 씻는 착한 오린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에필로그)오린이의 동심 생각


어떻게 태어났을까로 전전긍긍했던 어린이가

어떻게 살아갈까로 전전긍긍하는 오십 어른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가 제일로좋았다.

내가 낳은 두 딸들 뱃속에 다시 

팔십 먹은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이전 02화 만두, 몇 끼까지 먹어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