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취재를 다니다 보면 식재료에 대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책에도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있듯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첫 선을 보인 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식재료, 바로 아보카도다.
아보카도 넣은 밥을 처음 먹어본 것은 취재지에서다. 청담동에 위치한 그곳 오너 셰프는 아보카도와 쌀밥이 어울릴 수 있는 궁합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떻게 밥에 아보카도 넣을 생각을 한 건지, 거참 창의적이다.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야물게 발라놓은 간장게장 게살과 매끈하게 썰어 올린 아보카도 조각. 맛보기 전에는 상상을 안 해봤던 조화였다.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나도 한 번 만들어볼까 해서 엄마가 건네 준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봤다. 속이 곪아버린 아보카도를 여러 번 경험한 이후 너랑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오랜 시간 아보카도를 잊고 살았다. 그러고 보니 간장 게장도 없었다.
호주 시민권자 친구가 한 명 있다. 아보카도가 맛은 있는데 숙성도 어렵고 그동안 버려진 아보카도들에게 미안해 아보카도 요리를 해볼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던 것 같다. 그녀는 유학 시절 비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곳에서 알게 된 아보카도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을 소개했다.
숙성을 잘 시킨 갈색빛 띠는 아보카도 껍질을 벗겨내고 깍둑썰기를 해 그릇에 담고 으깬다. 적당히 잘 익은 아보카도는 굳이 여러 번 칼질을 하지 않아도 바로 으깨면 될 정도로 부드럽다. 여기에 기호에 맞게 양파나 토마토,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 넣으면 씹는 맛이 더해진다. 소금도 한 꼬집 정도 넣는다. 이것을 그냥 먹으면 과카몰리 소스가 되는 거고 빵 사이에 넣어 먹으면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된다는 것.
“리얼?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이렇게 쉬운 거야?”
친구의 말을 듣고 그날로 마트에 가서 초록색 아보카도를 사 와 며칠 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숙성시킨 후 적당한 쿠션감이 느껴질 때 배를 갈랐다. 다행히 이번에는 숙성이 잘 된 상태다. 큰 공을 안 들여도 잘 으깨지는 아보카도를 수저로 몇 번 더 휘젓다 보면 어느덧 과카몰리가 된다.
빵 위에 과카몰리 소스를 착착 올려 미끄러지듯 바르고 덮을 빵 안쪽 면에 꿀을 휘리릭 뿌려 덮으면 완성. 내가 만들었지만 어디다 자랑하고 싶은 맛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풍미 깊은 요리가 완성되다니, 친구에게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몇 개를 더 요청했다.
둘째를 낳은 또 다른 친구는 어느 날 나와 아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어린 아가 두 명을 키우고 있어 밥 먹을 생각은 애초에 안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한 손에 아기를 안고 반대 편 손으로 계란을 금세 굽더니 냉장고에서 손질해놓은 아보카도와 명란젓을 꺼내 밥 위에 척 올려놓고 노른자가 살아있는 계란 프라이로 마무리한다.
아니,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도 이렇게 쉬운 메뉴였어? 눈으로 보고도 신기했다. 친구들이 나 빼고 다 요리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냥 인터넷 보고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 만들기 편하더라고.”
최근 탤런트 신애라 언니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마침 아보카도로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소개하고 있더라.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만드는 과정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설명해 준다.
“보통 아보카도를 으깨서 활용하시는데 저는 오늘 슬라이스해서 빵에 올려 볼게요.”
그녀는 어느 카페에서 맛봤다며 오픈 샌드위치 형태의 아보카도 브런치 메뉴를 선보였는데 곡물 빵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그 위에 슬라이스 아보카도를 올린다. 아보카도 위에 초록 샐러드를 올려 마무리를 하는데 샐러드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호에 맞게 로메인이나 허브를 올려도 무리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쉽고 간단하죠?”
그렇다. 아보카도는 그 자체로도 영양가 높고 풍미가 깊어 잘만 숙성시킨다면 별다른 손품 없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다. 이번 주말, 잘 익은 아보카도로 카페 레스토랑 메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괜히 요리 잘하는 사람 같은 착각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