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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un 06. 2023

"위스키가 생명의 물이라고?"

술맛은 잘 모르지만, 술의 기원은 궁금하다.

이제는 위스키가 대세

위스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도 올해에도 위스키와 관련된 모임이나 행사에 초대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위스키는커녕 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보면 위스키는 우리의 주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의 무더운 오후, 편의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들은 무엇을 사려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걸까? 작년에는 포켓몬빵이 주로 줄을 세웠다면, 이번에는 피카츄와 그의 친구들은 범인이 아니었다. 길게 줄을 선 이들이 원하는 것은 어릴 적 거실 진열장 한편을 지켰던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위스키였다.


최근에는 인기 있는 위스키나 국내에서 처음 출시되는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처럼 일부 위스키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 희귀한 상품이 되었다. 경제가 어렵고 물가가 오른다지만, 올해 1분기에만 8,400여 톤의 위스키가 수입되었다고 한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서 80% 가까이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40~50대뿐만 아닌 20~30대도 위스키를 찾고 즐긴다. 이러한 위스키의 부흥 현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과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 유행하면서 고급주류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도 인기를 얻고 있다. 



논현동의 분식집에 맥주 광고가 아닌 하이볼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그 열풍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위스키가 더 이상 고급스럽고 어려운 술이 아니라 가볍고 즐거운 술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위스키란 과연 무엇일까? 왜 우리는 위스키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위스키가 생명의 물?

위스키는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물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증류주이다.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숙성된 나무통에서 숙성된다. 위스키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되며, 그 과정과 재료에 따라 다른 이름과 철자를 갖는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카치위스키,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위스키라고 불린다. 위스키의 뿌리는 고대 바빌로니아, 그리스, 아랍인들이 약용 및 종교적 목적으로 술을 증류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0여 년 전 여행하는 수도사들을 통해 유럽 본토에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이동하면서 증류 기술이 전파되었다. 대륙의 포도밭과 포도가 부족했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수도원에서는 곡물 매쉬를 발효시켜 현대 위스키의 첫 증류주를 만들었다.


위스키의 최초 제조지는 아일랜드로 추정되며, 12세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5세기에는 스코틀랜드로 전파되어 현재의 스카치위스키의 원형이 되었다. 1494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 국왕이 "왕의 명령으로 존 코르 수도사에게 생명의 물을 만들도록 대량의 맥아를 하사했다"는 기록은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증류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현대적인 위스키의 기원은 다소 논란이 있지만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현재 가장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스키'라는 용어는 원래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게일어 '우스게 비타' 또는 '우스크바흐'에서 유래했다. 게일어는 스코틀랜드 고원에서 사용되는 켈트어의 한 갈래이다. 16세기 위스키 생산은 영국의 헨리 8세 왕이 수도원을 해산하고 수많은 수도사들이 독립하여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게 되면서 일반 대중에게로 옮겨졌다.


위스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스트레이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스트레이트 위스키는 한 종류의 곡물과 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로, 최소 2년간 새로운 탄화된 오크 통에서 숙성되어야 한다. 또한 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을 수 없다. 스트레이트 위스키에는 버번, 라이, 위트, 몰트 등이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종류의 곡물과 여러 곳의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 블렌디드 위스키에는 아이리시, 스카치, 캐나디언, 재패니즈 등이 있다.


버번위스키가 뭐길래?

위스키는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되는데 각 지역마다 고유한 스타일과 맛이 오랜 역사와 함께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1920년대와 1930년대의 금주주의 시대에도 굴복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생산되며 반항과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최근 마케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한 분을 만났다. 주최 측에서 다양한 주류를 준비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술을 찾았다. 버번위스키였다. 도대체 버번이 뭐가 다르길래? 궁금해서 찾아봤다.



17세기 초 유럽 식민지 개척자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위스키를 증류하는 관습을 가져왔다. 많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새로운 영토에 정착하여 새로운 종류의 곡물과 매시를 증류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자체 위스키를 생산하고 일반 대중에게 위스키의 가치를 확인한 증류업자들은 미국 독립전쟁 기간 동안 위스키를 화폐로 사용할 정도였다.


최초의 상업용 증류소는 1783년 켄터키주 루이빌의 오하이오 강 유역에 에반 윌리엄스가 설립한 곳이다. 독립전쟁으로 인한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소비세가 도입되었다. 수입 관세가 이미 높았기 때문에 국내산 증류주에 대한 소비세가 부과되었는데, 이는 새로운 정부가 최초로 부과한 소비세였다. 모든 종류의 증류주에 세금이 부과되었지만 위스키가 가장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이 소비세는 일반적으로 "위스키 세금"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 위스키의 기원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다시 버번위스키로 돌아가자. 버번위스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 중 하나이다. 버번위스키는 미국 정부가 설정한 꽤나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만 버번으로 불릴 수 있다.


미국에서 제조

51%의 옥수수로 발효한 매시 원액으로 만든 제품

160프루프(80도) 이하의 증류 증류

탄화된 새 오크통에 125프루프(62.5도) 이하로 보관

최소 2년간 숙성

첨가물 무첨가


*알코올 프루프는 의 에탄올 (알코올) 함량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미국에서, 알코올 프루프는 ABV(부피당 알코올 도수)의 두 배 비율이다.


ⓒwhisky.com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보리나 호밀 등으로 만들지만, 버번위스키는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간 원액을 사용하고, 안쪽을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이용해서 숙성한다. 예전부터 옥수수는 미국에서 재배하기 쉽고 저렴한 곡물이었다. 옥수수는 위스키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부여하는 데 카라멜과 바닐라 같은 풍부한 향과 맛을 가진 당류와 전분을 다량 함유하기 때문이다. 새 오크통을 사용하는 이유는 원액에 진한 나무 향과 짙은 색을 더하기 위해서다. 스카치위스키와는 다르게 새 오크통에서 숙성되기 때문에 스카치위스키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많은 위스키 제조업체는 위스키에 향료나 카라멜 색소를 첨가한다. 하지만 그 위스키를 "버번"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버번위스키는 물 외에 그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 심지어 물조차도 오로지 도수를 낮추기 위함이다. 


ⓒrabbitholedistillery


이렇게 까다롭게 제작되는 버번위스키는 수많은 위스키 중 하나일 뿐이다. 위스키마다 특징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초개인화 시대에 걸맞은 식품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위스키의 부상은 더욱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취향을 존중받고자 하는 현세대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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