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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Oct 14. 2024

전과자 채용한 작은 빵집,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되다

모두가 미쳤다고 말한 '열린 채용'이 만든 기적

1982년 초여름, 뉴욕 브롱크스의 한 허름한 건물 앞. 버너드 글라스먼은 깊은 숨을 내쉬며 낡은 간판을 바라보았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라고 쓰인 그 간판 아래서, 그는 인생을 바꿀 결심을 하고 있었다.


"여기 오세요! 일자리 있습니다!" 글라스먼이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남자가 멈춰 서서 물었다.


"무슨 일자리인데요?"


글라스먼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빵을 만드는 일입니다. 경험이 없어도 괜찮아요. 범죄 기록이 있어도, 학력이 낮아도 상관없습니다. 일할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이에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비웃었고, 어떤 이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몇몇은 희망에 찬 눈으로 글라스먼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시작된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열린 채용(Open Hiring)' 정책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엄격한 채용 기준을 내세울 때, 글라스먼은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열린 채용(Open Hiring), ⓒGREYSTON


버너드 글라스먼의 이런 결정은 그의 독특한 인생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방황하다 선불교를 만났고, 일본에서 수년간 수행했다.


어느 날, 스승이 그에게 물었다. 


"버너드, 넌 무엇을 위해 수행하고 있지?"


글라스먼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요."


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정한 깨달음은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세상으로 돌아가 너의 깨달음을 나누어라."


이 대화는 글라스먼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깨달음을 실천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빵집을 열기로 결심한 것이다.


"빵은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에요. 모든 이에게 필요하죠. 그리고 빵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을까요?" 글라스먼은 후에 이렇게 회상했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글라스먼의 아이디어를 비웃었다. 한 지역 사업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자네 미쳤나? 전과자들을 고용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글라스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믿습니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면,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성장할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글라스먼의 믿음은 현실이 되어갔다. 열린 채용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놀라운 충성도와 생산성을 보였다. 그들에게 그레이스톤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GREYSTON


대리우스 프라이스는 그 중 한 명이었다. 10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그는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레이스톤은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레이스톤에 오기 전에는 제 인생에 희망이 없었어요," 프라이스는 말했다. 


"전과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디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죠. 하지만 그레이스톤은 달랐어요. 그들은 제 과거를 묻지 않았고, 오직 제가 열심히 일할 의지가 있는지만 물었죠."


프라이스는 그레이스톤에서 일하면서 베이커리 기술을 익혔고, 결국 관리자 위치까지 올랐다.


"그레이스톤은 단순히 일자리를 준 것이 아니라 제 인생을 바꿨어요," 그는 덧붙였다. 


"이제 저는 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이 회사의 미션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Ben&Jerry's


2014년,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에 큰 기회가 찾아왔다. 글로벌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가 그들의 브라우니 공급업체로 그레이스톤을 선정한 것이다. 이는 그레이스톤의 제품 품질과 경영 철학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였다.


벤앤제리스의 공동창업자 벤 코헨은 이렇게 말했다. "그레이스톤의 브라우니는 맛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듭니다.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요?"


ⓒBen&Jerry's


현재 그레이스톤의 CEO인 조셉 캐논은 회사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성공 비결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직원들을 믿고, 그들에게 진정한 기회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진정성이죠.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히 빵이 아닙니다.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예요."


그레이스톤의 이런 접근 방식은 비즈니스 세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2019년 딜로이트의 조사는 이런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80%가 "기업이 이윤 창출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그레이스톤과 같은 기업의 접근 방식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떻게 이런 '진정성'을 실천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고려해 보자.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라: 무엇이 당신에게 중요한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명확히 하라. 글라스먼이 선불교에서 얻은 깨달음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것처럼, 당신의 핵심 가치를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살아가라.


편견에 도전하라: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라. 그레이스톤이 전과자들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당신도 선입견을 넘어 사람들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라.


기회를 창출하라: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작은 기회라도 제공해보라. 때로는 작은 기회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라: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해 나가라. 그레이스톤이 40년 넘게 같은 철학을 유지해온 것처럼, 당신의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시도가 성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당신을 성장시킬 것이다. 글라스먼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것처럼, 당신도 역경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원칙들을 비즈니스와 개인의 커리어에 적용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비즈니스에서 진정성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단순히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실제로 고객과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2016년 한 연구에서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랜드가 진정성 있게 행동하면, 고객들이 그 브랜드에 더 애착을 느끼고 구매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진짜로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람들이 더 사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회사 내부에서도 진정성의 효과는 크다.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진정성 있는 리더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일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며, 전반적인 행복감까지 높인다고 한다. 결국, 겉으로만 그럴듯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직원들을 대할 때 회사가 더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개인의 커리어에서도 진정성은 중요하다. 2012년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에 발표된 우드(Wood)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직장에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며, 전반적인 삶의 질도 높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착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Honest Jobs


심리학자들도 이런 진정성의 힘을 인정한다.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과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라는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진정성 있게 행동하면 우리의 기본적인 심리 욕구인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되고, 이는 결국 우리의 성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다움'을 잃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이야기는 '진정성'이란 단순히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임을 보여준다. 평범해 보이는 빵집이 특별한 기업이 된 것처럼,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GREYSTON


버너드 글라스먼이 40년 전 작은 빵집에서 시작한 '진정성의 실험'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빵을 팔지만, 실제로는 희망을 나누고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의 일에, 당신의 삶에 진정성을 불어넣어 보세요. 그러면 당신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 속에서, 당신만의 '진정성의 실험'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것이 당신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특별한, 그것이 바로 진정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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