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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Oct 11. 2024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미리 커피를 계산했다고?"

왜 우리가 진정성 있는 행동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걸까?

주문한 커피를 계산하려는데 누군가가 이미 당신의 몫을 지불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이런 깜짝 선물 같은 경험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아름다운 전통, '카페 소스페소(café sospes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폴리의 카페들은 이 특별한 관습을 통해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인간애를 듬뿍 담아낸다. '소스페소'는 '보류된' 또는 '대기 중인'이라는 뜻으로, 누군가를 위해 미리 커피를 사두는 행위를 말한다. 이 작은 친절이 모여 도시 전체를 감싸는 따스한 연대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 전통은 단순한 기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커피 한 잔의 값어치가 이토록 클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 전통은 18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혼이나 출산, 새 직장 같은 기쁜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행운을 나누고자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한 잔은 자신이 마시고, 다른 한 잔은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보류'해 두는 것이다. 커피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카페에 와서 '소스페소'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었고, 있다면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


이 작은 친절의 행동이 특별한 이유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만날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타인을 위한 순수한 배려다. '카페 소스페소'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작지만 상징적인 제스처로 여겨져 왔다.


2010년, 이 전통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문화 예산 삭감에 대응하여 연대를 도모하고자 '보류된 커피 네트워크(Suspended Coffee Network)'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커피를 나누는 것을 넘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연대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이제 이 전통은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어떤 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피자, 샌드위치, 심지어 책까지도 '보류'할 수 있게 되었다. '보류된 바구니' 개념도 인기를 얻어, 가난한 주민들이 집 밖에 바구니를 걸어두면 지나가는 이웃들이 음식을 넣어주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 놀라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성 있는 작은 행동이 어떻게 비즈니스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먼저 진정성이 왜 이토록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진정성이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는 신뢰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진정성 있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안전감을 주고, 이는 곧 긍정적인 관계 형성으로 이어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랜시스 프레이 교수는 "진정성은 단순히 정직한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진정성의 힘은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뇌과학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진정성 있는 행동을 목격할 때, 뇌의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간단히 말해,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판단할 때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성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이유다. 진정성 있는 행동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이성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감정과 논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행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는 왜 우리가 진정성 있는 행동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받는지를 설명해준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우리의 전체적인 인지 시스템이 그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진정성은 단순한 미덕을 넘어, 인간 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 ⓒBigSpeak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유명한 저서 "영향력의 심리학"에서 그는 '일관성의 원칙'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정성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진정성은 바로 이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다. 진정성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되고, 이는 높은 신뢰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이런 진정성을 실천할 수 있을까? 여기 몇 가지 실용적인 팁들이 있다:


자기 인식 높이기: 먼저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약점은? 그리고 당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런 명확한 자기 이해는 진정성 있는 행동의 기초가 된다.


정직하게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카페 소스페소'처럼, 때로는 이런 정직함이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관성 유지하기: 말한 대로 행동하자. 이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타인의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감정 인정하기: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하지 말자.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게 보인다.


피드백 수용하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자. 이는 자기 개선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당신이 진정성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진정성의 실천은 비즈니스와 개인의 커리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진정성이 비즈니스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놀랍다. 기업의 경우, 진정성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브랜드의 근간을 형성한다. 파타고니아가 좋은 예다. 이 기업은 환경 보호에 대한 진정한 노력으로 단순한 고객이 아닌 열렬한 팬층을 확보했다. 이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실천한 결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브랜드 신뢰도와 충성도로 이어졌다.


사이먼 시넥, ⓒYouTube 'Simon Sinek'


직장 내에서도 진정성의 힘은 막강하다.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시넥의 말처럼 "직원들은 'why'에 반응한다." 즉, 회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이해할 때 직원들의 열정이 불타오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 결과?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직률은 떨어진다. 직원들이 단순히 일자리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곳으로 회사를 여기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커리어에서도 진정성은 강력한 무기다. 링크드인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자. 진정성 있는 프로필을 가진 사용자들이 더 많은 인맥을 쌓고 기회를 잡는다고 한다. 왜일까? 자신의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도 솔직히 인정하고,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려 애쓰는 것보다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신뢰를 얻는다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네트워킹에서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명함 교환은 잊어라. 진정한 관심과 공감으로 맺어진 관계야말로 장기적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런 관계는 단순한 인맥을 넘어 새로운 경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진정성을 지키는 게 항상 쉽지만은 않다. 때론 단기적 손실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진정성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큰 이익을 안겨준다.


'카페 소스페소'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들의 '보류된 커피'는 처음엔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었나? 지역 사회의 두터운 신뢰와 충성 고객층이다. 이제 그들의 카페는 단순한 커피 판매점이 아닌 지역 사회의 구심점이 되었다.


결국 진정성은 신뢰를 쌓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리고 이 신뢰야말로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살아본다면 어떨까? 그것이 우리의 관계, 커리어,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여정은 분명 흥미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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