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by 노엘

지난 얼마간의 시간들이 모두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형태를 만질 수는 없지만 삶이 멈춘 듯이 정체되어 있는 것만큼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딘지도 모를 미로 같은 하루하루를 헤맸다.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올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고, 손톱 달이 뜬 날에 있었던 온기 어린 기억이 이따금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꿈을 엿보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온기와 슬픔이 뒤섞여 마음은 깊은 새벽처럼 애달팠다.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그때와 다를 수 있었을까.


얼마 전 돌아오는 길에선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일그러진 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씨는 놀라울 만큼 화창했다.


외로움이나, 누군가를 향한 좋아하는 마음이나 호감이나 성욕이나 그런 것들이 한순간 밀려왔다가 모두 허무하게 희미해진다.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질문에서 사고가 멈춘다. 겁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싶다. 꿈을 꾸듯 그런 일들을 더 많이 해내고 싶다.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지만, 어쩌면 아마도 꿈이 조금 더 커졌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 자리에 서게 된다면 적어도 영원히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여기가 아니라면, 삶은 이미 종료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서 온전히 살아있고 싶다. 온전히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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