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영과 쉽게 말할 수 없는 행복

by 노엘

아침 수영을 갔다. 얼마만인지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의 아침 수영장이었다.


지난밤엔 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왕복하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전부 끄고 몇 번이나 읽었던 오래된 에세이를 펼쳤다.


97년에 초판 1쇄가 되었고, 내가 구입한 건 03년인 8쇄째의 책이었다. 제목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さくても確かな幸せ)]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일러스트는 안자이 미즈마루.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국내에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다.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마음속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군가가 적당히 이름을 바꿔서 유행을 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는 소소한 것과 작은 것은 너무나 다르다고! 하고 외쳤지만, 뭐 그런다고 언어를 둘러싼 세계대전이 일어나거나 크게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저 개인적으로 소소하다는 동그랗고 막연한 뉘앙스가 티셔츠를 거꾸로 입은 것처럼 늘 마음에 걸렸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말의 유행이 끝나게 되어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펼쳐든 이 책은 여전히 귀엽고 위트 있고,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내용으로 가득했는데 최근 한국 사회의 애매모호한 인격과 성별을 둘러싼 분쟁을 너무 접해서 그런지 와- 이런 글이 책으로 나와도 되는 건가 싶은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늘 말려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역시 거대한 흐름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자유를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와서, 풍덩. 아침의 수영장은 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최근 너무 게으른 생활을 한 것 같아서 하루를 더 길게 써보자는 의지가 발동을 했고, 일단 시작점으로 일어나서 휴대폰을 만지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편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잠들기 전에 아침 수영장 시작을 확인하고 알람은 없이 잠이 들었다.


일곱 시 즈음 눈이 떠졌고, 여덟 시의 오전 마지막 자유수영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온몸에 들러붙어있던 잠버릇을 떼어내고 서쪽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은 평소와 다르게 역광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9시 반 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은 수영을 마치면 하루가 다 지났구나. 저녁은 뭘 먹지? 하곤 하는데, 이제부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니! 작은 변화이고 이미 알고 있던 것인데 이런 일은 새삼 기쁜 것이다.


겨울방학 같았던 1월이 지났고, 이젠 겨울 보다 봄이 한걸음 더 가까이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닿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