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소리

by 노엘

지난밤엔 몇 번이나 머리 아파를 소리 내어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며칠간 어려워하던 일이 해결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고(라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긴 한숨을 한 번 쉬고 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걱정할 일이 없는 촬영이었는데, 외부 요소로 불필요하게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예민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초를 켰다. 나무 심지를 가진 초는 틱틱 소리를 내며 장작이 타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냈다. 작지만 나무는 나무인 것이다.


나는 초에서 번지는 향보다 이 소리를 좋아한다. 음악 소리도 줄이고, 나무가 타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을 막아주는 집 안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흔들리며, 어딘가 먼 곳을 상상하게 한다.


아직 가본 적도 없는 숲 속의 작은 오두막, 숲을 벗어난 자리엔 큰 호수가 있고, 호수 건너편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이다. 동물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물가에서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고, 아침이면 평원에서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일어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밤이 되어 벽난로 속의 붉은 장작을 바라보는 모습을 생각한다. 작은 기류지만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바람의 소리가 난다. 몇 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다. 조금은 차가워진 계절이라 담요를 끌어안고, 잠이 올 때까지 그 풍경을 바라본다.


아침에 깨었을 때는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져 있었다. 몸도 가벼웠다. 어젯밤의 일들이 꿈만 같았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한 뼘만큼 더 높아져 있었고, 손에 닿으면 파랗게 물들 것처럼 빛났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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