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Discord 10화

#10. Interlude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말

by 인사부조화

해외 MBA가 돈 값을 하는지, 갈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지금도 많은 얘기가 있어 왔지만, 돌이켜보면 다른 것 다 떠나서 입학을 위한 준비, 지원 Process에서 얻는 경험 하나만으로도 꽤나 큰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에는 바로 Essay가 있습니다. 무슨 Essay냐면 '나'에 대한 Essay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를 혼자 잠깐 스쳐가는 생각으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깊이 고민하여 정제된 글로 남들에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지원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짧아도 며칠, 길면 한 달 가까이 썼다 지웠다 다듬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이죠.


날카롭고 예사롭지 않은 수많은 에세이 질문들 중에서 20여 년 넘게 질문을 바꾸지 않은 학교가 있습니다. 대게 몇 년 주기로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질문 내용을 바꾸거나 형식을 바꾸거나 하거든요.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같은 질문을 해왔다는 건 그 질문이 가진 힘과 담긴 철학을 가늠케 하지요.


Stanford GSB 에세이 첫 질문입니다.


What matters most to you, and why?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650 단어로, Letter지로 1~2장 분량을 오롯이 써야 하는 이 에세이는 그야말로 총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MBA를 지원하나요? 왜 이 학교인가요? MBA를 졸업한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성공 경험 사례, 실패 경험 사례는 뭔가요 등등 회사 입사 지원서처럼 전형적이거나 뻔하지도 않고요.


평소에도 저런 질문을 가끔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할 때가 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보통 그럴 때 한 단어, 한 문장 정도의 답변을 기대하잖아요. 돈, 가족, 우정, 사랑 같은 것들이요. 조금 식상하죠.


근데 이걸 650 단어 가까이 써내야 한다면? 아예 밑바닥에서부터 생각을 깊게 다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내게 진짜 중요한 게 맞나? 왜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지? 더 중요한 다른 건 없었나?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아 글로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저 깊숙이 앉아있는 '나'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됩니다. 미처 몰랐던, 아니면 알고는 있었지만 먹고살기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나'죠.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잘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를요. 그리고 지금은 이 질문이 제가 가장 자주, 많이 찾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생각과 행동을 다잡게 해 주거든요.


사실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삶의 여정 속에서 유익하고 값진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저 질문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꼭 글로도 써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쩌면 과장 조금 보태서 MBA 2년 과정이라는 것은 결국은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실현하기 위한 힘을 기르는 일에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제 이름 세 자를 썼었습니다.



#MBA #나 #인생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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