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가위를 4일 앞두고

-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

by 최용수

♥ 가을에 듣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곡들

- '내 맘의 강물', '코스모스를 노래함', '가을밤', '아! 가을인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https://youtu.be/Q0dApC3ZUSM?si=KNl-khdrn3eL5QD9 (내 맘의 강물/sop. 강혜정)


오늘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길래 어젯밤 달의 모습을 찍어봤다.(브런치 대문 사진)

오늘부터 시작해 추석이 4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의외로 어제 찍은 달 모습엔 지구의 그림자가 여전히 절반 가까이 드리워져있다. 오늘 밤부터 그 그림자들이 조금씩 빛으로 채워지면 10월 6일 한가위에는 어둠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덩그렇게 밝은 보름달이 뜰 것이다.


어젯밤은 모처럼 차창을 모두 열고 스피커 볼륨을 잔뜩 올린 채로 우리 가곡을 들으면서 귀가했는데, 언제 들어도 좋은 가곡들이지만 특히 차창을 타고 들어오는 차갑다기보다는 그냥 서늘하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듣고 있으니 왠지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요즘은 KBS 1FM 라디오가 아니고서는 좀체 우리나라의 가곡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쉽기도 하고, '내 맘의 강물'처럼 비교적 최근에 작곡되었지만,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곡들도 많지 않아서 더 아쉽다. 앞서 링크로 소개한 '내 맘의 강물'은 1990년대 후반 KBS 1FM의 '신작 가곡' 코너에 소개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곡으로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는 두 마디가 진행되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을 잔잔한 강가로 옮겨놓는다.


오늘은 모처럼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장르의 숨은 보석, 가을에 들으면 특히 더 좋은 가곡들, 추석 귀향길이나 여행길에 차에서 들으면 좋을 곡들을 골라봤다.

올해는 지난 음력 6월이 윤달이어서 추석이 좀 늦어지는 바람에 개천절과 추석휴일이 이어져 정말 휴가 같은 긴 연휴가 되었다. 10월 10일 금요일 하루를 휴가처리하면 10일을 쉴 수 있다. 넉넉해진 휴가 시간만큼 이 브런치를 찾아오신 모든 분들의 마음도 함께 넉넉해지시길 빈다.(브런치 연재도 잠시 쉬어갑니다.)




앞서 소개한 가곡 '내 맘의 강물'은 경남 의령 출신의 작곡가로 '동양의 슈베르트'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가곡과 동요를 남기신 이수인 선생님이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은 곡이다. 이 곡이 작곡된 때는 1980년대 초라고 알려져 있으나 창작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1990년대 후반 KBS 라디오 프로그램 '신작 가곡' 코너에서 소개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곡은 인생의 수많은 굴곡을 겪어내면서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라는 가사처럼 시련 속에서도 맑게 빛나는 의지를 예찬하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이 곡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곡들'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종 음악회와 가곡의 밤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https://youtu.be/Pbrno4iEllA?si=fJ92ViZfFsZkZICw (코스모스를 노래함/sop. 조수미)


가곡 '코스모스를 노래함'은 이기순이 작사하고 이흥렬이 작곡한 대표적인 한국 가곡으로, 1932년에 발표되었다. 이흥렬은 독일 유학을 포기하고 고향 원산에 남아 광명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시인 이기순의 시를 우연히 발견해 읽고는 감정이 이끄는 대로 곡의 멜로디를 붙였다고 한다.

이 곡은 '바위고개', '봄이 오면' 등과 함께 작곡가 이흥렬이 고향에 머물러 있을 때 작곡한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로, 청초한 코스모스의 가련한 모습을 노래한 맑고 고운 시상이 간단한 가요 형식으로 다듬어진 고운 노래다. 춤추듯 가볍고 리드미컬한 선율이 마치 달빛 아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을 상징하듯 곱기도 하며, 맑고 밝은 리듬감이 느껴지는 선율이 가곡보다는 대중음악 같은 친숙함을 준다.

그의 대표적인 동요 '섬집아기'와 함께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가을의 우리 가곡이다.


https://youtu.be/0IPgT012b4M?si=mjt7AOV--rYhdmym (아! 가을인가/Bass. 연광철)

https://youtu.be/INqdpAL8Szs?si=gF6Bek5KnV8kcfPX (아! 가을인가/Mez.-Sop. 백남옥)


가곡 '아! 가을인가'는 나운영의 대표작으로, 1936년 중앙고보 3학년 재학 중 겨우 14세의 나이에 작곡한 놀라운 작품이다. 원래 가사는 김수경(본명 윤복진)이 작사했으나, 윤복진이 월북하면서 정치적 문제가 되어 한때 금지곡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나운영 자신이 새로 가사를 쓰거나 다른 시인의 작품으로 교체되는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이 곡은 나운영이 김성태에게 작곡을 배우던 시절 '가려나', '달밤'과 함께 작곡한 초기 작품 중 하나로, 한국 전통 음계인 5음계와 3박자 리듬을 사용하여 서정적인 가을의 정취를 담아낸 명작이다. 곡의 구성은 복잡한 기교보다는 시의 감정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처럼 잔잔한 아르페지오가 전체적으로 흐르며 가을의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곡뿐만 아니라 같은 가사로 쓰인 박태준 작곡의 '아! 가을인가' 또한 작사자의 월북으로 인해 금지되었다가 1988년에 해금되는 등 분단의 아픔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https://youtu.be/TSbAhkDbN6k?si=et37z0_v4i1JeP8o (가을밤/sop. 홍혜란)


가곡 '가을밤'은 이태선이 작사하고 박태준이 작곡한 작품으로, 유튜브 링크로 소개한 세련된 영상과 감각적인 반주 때문에 현대적인 곡으로 느껴지는데, 1920년에 발표된 한국의 초기 창작 가곡 중 하나이다.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 음악계에서 활동한 중요한 인물로, 서양 음악 기법을 한국적 정서와 결합시킨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20년대 초기 한국 가곡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으로, 전래동요의 형식을 빌려 창작한 곡이다. 박태준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가을밤의 서정적 정취와 감정을 서양 음악의 틀에 담아내려 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창작 음악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 곡이다.

가을밤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딱 어울리는 곡은 맞는데,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에 작곡된 곡이라 들으면 우리 민족의 '한(恨)'같은 것이 절절히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91aSM-cflYs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bar. 김동규)


https://www.youtube.com/watch?v=hopi1Ah3IRE(10월의 어느 멋진 날에/sop. 강혜정-손태진)


10월이면 자주 듣게 되는 이 곡은 엄밀히 우리 가곡은 아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노르웨이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롤프 러블랜드가 작곡한 'Serenade to Spring'을 바탕으로, 한경혜가 가사를 쓰고 바리톤 김동규가 2000년에 발표한 크로스오버 음악이다. 흥미롭게도 원곡은 '봄의 세레나데'로 봄을 소재로 한 연주곡이었으나, 한국에서는 가을을 배경으로 한 가사가 붙여져 완전히 다른 계절의 노래가 되었다. 작사가 한경혜는 2000년 봄 호주에서 체류하며 이 곡의 가사를 완성했는데, 원래는 '5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으나 노래 분위기를 고려해 10월로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뒤에 알려진 5월이 10월로 바뀐 실제 사연은 작사자 한경혜 씨가 10월에 아들을 출산했는데 아기를 보며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이를 가사에 담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곡을 처음 부르게 된 바리톤 김동규 또한 1999년 이혼의 아픔을 겪고 우울증에 빠져 있을 때 이 곡을 접하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크로스오버 앨범 《Detour》에 수록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큰 인기를 얻은 곡이다. 이 곡은 김동규에게는 '가을 연금'(너무 세속적인가?)이라 불릴 정도로 가을이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인데, 재밌는 건 이혼으로 상처받은 가수의 곡이 결혼식 축가의 대표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는 점이다. 조수미, 임태경, 배다해 등 수많은 성악가들이 이 곡을 불렀는데, 감성의 계절 10월과 딱 어울리는 멜로디와 가사의 감동 때문일 것이다.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 질 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 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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