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이맘 때는 어떤 모습일까?

-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

by 최용수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 BWV 565 /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https://www.youtube.com/watch?v=Nnuq9PXbywA&list=RDNnuq9PXbywA&start_radio=1


열흘 간의 긴 휴가가 끝났다. 역대급으로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공휴일인 개천절과 한글날과 대체 공휴일까지 끼어서)처럼 10일간이나 이이진 연휴가 2017년에도 있었단다(2017.9.30~10.9). 그때는 지난 금요일(10월 10일)처럼 징검다리 평일이었던 10월 2일을 국가에서 아예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따로 연차휴가를 쓸 필요 없이 10일 연휴를 보냈다고 한다. AI에게 물어보니 앞으로 이런 10일짜리 연휴(연차 하루 사용 시)는 2044년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단다.(위안이 되는 건 2028년은 올해처럼 개천절과 한글날이 추석연휴와 겹쳐 하루 연차 사용 시 최장 9일 연휴가 가능하단다.)

긴 연휴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출근과 함께 시작되는 몸의 리듬이 긴 연휴로 깨져버리면서 약간의 출근 우울증도 함께 남겨지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3 수험생들은 아예 연휴를 잘 모르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일' 또는 '학업'이 신이 준 원죄(原罪)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과 학업 모두 생존을 위해 감내(堪耐)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반갑지는 않다. 만약 인공지능이 지금과 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일반화된다면, 인간은 학업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지난 연휴기간 동안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Nexus)》를 읽고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라리는 AI가 단순한 컴퓨터를 이용한 도구가 아닌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결정가능한 '외계 지능(Alien Intelligence)'으로 정의하면서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로 별다른 통제 없이 AI를 방치한다면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하라리는 인류가 AI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그 어느 때보다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세계가 상호 신뢰가 붕괴되고 '각자도생'의 질서로 내몰리고 있는 딜레마에 주목한다. 그래서 '진실의 수호자'로서 과학계를 포함한 학계와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중요성 또한 강조한다.

연휴기간 내내 극단적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 소식 한편에 노벨상 수상자들의 기후이변과 혼돈의 세상을 구원할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정말 인류의 가능성과 미래가 한층 더 궁금해졌다.

5년 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10일을 쉬고 모처럼 쓰는 브런치 글이라 오늘 아침은 좀 특별한 음악으로 시작했다. 좀 웅장한 느낌이지만, 대비되는 두 양식적 특징을 한 곡에 담아내 마치 희망과 절망을 모순의 베틀 위에서 교묘하게 짜가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일까?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BWV 565)를 모처럼 듣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는 바로크 오르간 음악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동시에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 혁신적 작품이다. 사실 대중적으로도 이 음악은 그리 낯설지 않은데 1940년 월트 디즈니가 그의 애니메이션 영화 《판타지아(Fantasia)》에 이 곡을 삽입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상징 같은 '운명 교향곡'의 '빠바바 밤~'처럼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곡하면 '따라란 따라라 따란~'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될 정도로 각종 CF와 효과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음악이다. 그래서 정작은 전체 곡을 감상할 기회는 또 은근히 많지 않기도 하다. 9분 내외의 연주시간이라 듣기에 큰 부담은 없다.


바흐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거의 기술적으로는 완성단계에 있던 파이프 오르간의 다양한 음색과 역동적이고 웅장한 표현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토카타의 '자유로운 즉흥성'과 푸가의 '엄격한 구조적 논리'를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바흐 자신이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지만,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성과 본질을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혁신적 작품이다.


바흐가 고작 20대 초반에 쓴 곡...


이 곡은 1707년경, 바흐가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간 작품이다. 이 시기는 바로크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이루어지던 격동의 시대였다. 독일에서는 북독일 오르간 악파가 융성하여 북스테후데(Buxtehude), 라인켄(Reincken) 등의 대가들이 자유로운 형식의 토카타와 환상곡으로 오르간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루이 14세의 프랑스가 문화적 패권을 쥐고 있던 시기이면서 동시에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간의 종교적 갈등이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던 복잡한 상황이었다. 독일 지역에서는 루터교의 코랄 전통이 강했지만, 동시에 이탈리아 콘체르토 양식과 프랑스 궁정음악의 영향도 받아들이며 독특한 융합 양식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의 역사와 특성


파이프 오르간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히드라울리스(Hydraulis)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의 압력을 이용해 공기를 파이프로 보내는 이 원시적 형태는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으로 전해졌다. 12세기 고딕 건축의 발전과 함께 파이프 오르간은 대성당의 핵심 악기로 자리 잡기 시작하는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오르간은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되었으며,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파이프를 가진 거대한 악기로 발전했다.

바흐 시대의 오르간은 여러 개의 매뉴얼(수동 건반)과 페달보드를 갖춘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각 건반은 서로 다른 음색과 음량을 가진 파이프 세트들과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는 스톱(Stop, 건반 손잡이나 버튼 모양의 도구로 음색과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을 조작하여 다양한 음색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르간의 모든 파이프는 각기 다른 소리(음색)를 가지고 있는데, 스톱은 이 파이프들을 특정 음색 그룹(예: 플루트 소리, 트럼펫 소리, 현악기 소리 등)으로 묶어 놓은 단위다. 연주자가 특정 스톱을 '빼내거나(draw out)' '누르면(press)', 해당 스톱에 연결된 파이프 군으로 공기가 흘러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리고, 그 결과 해당 음색의 소리가 나게 된다. 반대로 스톱을 '밀어 넣으면(push in)' 파이프 군으로 가는 공기 통로가 닫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각 스톱은 고유의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프린시펄(Principal)' 스톱은 오르간 고유의 맑고 힘찬 소리를, '플루트(Flute)' 스톱은 부드러운 플루트 소리를, '트럼펫(Trumpet)' 스톱은 금관악기 소리를 낸다. 또한 여러 스톱을 동시에 활성화하여 다양한 음색들을 조합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플루트 스톱과 현악기 스톱을 함께 사용하면 두 악기의 음색이 섞인 새로운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소리를 합쳐 풍성한 음향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을 모든 기악 악기의 제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톱의 종류에 따라 음량도 달라지며, 동시에 활성화하는 스톱의 수가 많아질수록 전체적인 음량이 커진다. 또한 스톱에는 파이프의 길이를 나타내는 숫자(예: 8', 4', 16', 2')가 표시되어 있는데, 8' (8피트) 스톱 상태에서 건반을 누르면 그대로의 음 높이(실제 피치) 소리가 나고, 4' (4피트) 스톱 상태에서는 건반을 누른 음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난다.(16' (16피트) 스톱은 건반을 누른 음보다 한 옥타브 낮은 소리, 2' (2피트) 스톱: 건반을 누른 음보다 두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난다)

바흐 시대의 오르간은 수동 송풍기로 공기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연주자 외에 별도의 송풍 담당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바흐가 이 곡을 쓴 이유?


바흐가 이 작품을 작곡한 직접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바흐가 그의 뛰어난 오르간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또 다른 주장은 바흐가 감정적으로 격양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한 것을 나중에 떠올려 정리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바흐는 아른슈타트의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재직 중이었는데, 젊은 시절 바흐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이런 실험정신 가득한 격정적인 작품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이 시기 바흐는 북독일의 거장 북스테후데를 찾아가 그의 연주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아마도 당시의 경험이 자유로운 형식의 토카타 작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후대의 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스테후데의 호방하고 즉흥적인 스타일은 젊은 바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토카타와 푸가 D단조, 서로 다른 형식을 하나에 곡에 담은 작품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대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토카타 부분은 자유로운 즉흥적 성격으로 화려한 아르페지오, 극적인 화성 진행, 대담한 도약이 특징이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도입부의 하행 선율은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바흐의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푸가 부분은 엄격한 대위법적 구조로 작곡되어 토카타와 대조를 이룬다. 주제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인상을 주며, 다양한 변형과 확대, 축소를 통해 발전된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북독일 오르간 악파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바흐 특유의 구조적 완결성과 화성적 풍부함을 겸비하고 있다.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가 초연되었을 당시와 이후의 연주기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요하네스 링크(Johannes Ringk)가 필사한 무제 사본을 통해서만 전해져 왔으며, 1833년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노력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멘델스존은 1840년 이 작품을 연주회에서 연주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19세기 바흐 부활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후반 칼 타우시크(Carl Tausig)의 피아노 편곡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의 관현악 편곡(1927)과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 삽입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오르간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바흐의 활동 시기별 정리와 동시대 작품들(복습 삼아)


바흐의 생애는 크게 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아른슈타트 시기(1703~1707)에는 토카타와 푸가 D단조 외에도 코랄 전주곡 BWV 739, 전주곡과 푸가 G단조 BWV 535a 등이 작곡되었다. 뮐하우젠 시기(1707~1708)에는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 전주곡과 푸가 D장조 BWV 532 등이 만들어졌다. 바이마르 시기(1708~1717)는 바흐의 오르간 작품이 가장 왕성하게 창작된 시기로, 대부분의 코랄 전주곡들과 토카타와 푸가 F장조 BWV 540, 전주곡과 푸가 G장조 BWV 541 등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다.

쾨텐 시기(1717~1723)에는 오르간 작품보다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등 세속음악에 집중했다. 라이프치히 시기(1723~1750)에는 오르간 트리오 소나타 6곡, 클라비어 연습곡집 3부의 오르간 미사, 그리고 후기의 대규모 코랄 전주곡들이 작곡되었다.


진위 논란과 현대적 평가


20세기 후반부터 일부 학자들은 이 작품의 바흐 작품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피터 윌리엄스(Peter Williams)와 롤프 디트리히 클라우스(Rolf Dietrich Claus) 등은 작품의 양식적 특징이 바흐의 다른 오르간 작품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반면 크리스토프 볼프(Christoph Wolff) 같은 학자들은 바흐의 작품임을 옹호하며, 젊은 시절의 실험적 작품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바로크 오르간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극적인 효과와 구조적 완결성, 그리고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작곡 기법은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세기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과 20세기 영화음악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이 작품은 오르간 학습자들의 필수 레퍼토리이자, 오르간의 장엄함과 웅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곡의 도입부만큼은 친숙하게 느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며, 이는 바흐 음악의 보편적 아름다움과 호소력을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스토코프스키의 관현악 편곡을 헤센방송교향악단(hr-Symphonieorchester0의 연주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yLALOem7foU&list=RDyLALOem7foU&start_radio=1


■ 이 곡은 원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곡버전들이 존재하는데 좀 특이하지만, 곡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일렉트릭 기타 합주버전으로도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wqgQ7IYhvRg&list=RDwqgQ7IYhvRg&start_radio=1



♥ 경계


- 박노해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4화추석 한가위를 4일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