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용기를 내 봐"...

- 2025년 7월 8일 -

by 최용수

♡ 펠릭스 멘델스존(Mikhail Ivanovich Glinka, 1809~1847)

<피아노 소곡집 『무언가』중 제1권, 1번 '달콤한 추억', 2번 '후회', 3번 '사냥의 노래', 4번 '자신감', 5번 '초조함', 6번 '베네치아의 뱃노래' 까지 / 『Lieder ohne Worte』, Op.19b No.1~6) >


https://www.youtube.com/watch?v=L0f0laEW2ew


어제 정말 가슴아프고 어이없는 자살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고 나온 18세 여성이 13층 상가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 했는데 하필 길을 가던 어머니와 여자 어린이를 덮쳐 여자 어린이가 숨지고 어머니도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자살 자체도 끔찍하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하필 자살이라는 헛된 죽음에 더해 이제 막 생명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어린 생명마저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명복을 빕니다. ㅠㅠ)

보통의 사람들은 "도무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게 되었을까" 라는 마음으로 동정부터 하게 되지만, 그건 그 보통의 사람들 모두 자살을 떠올렸을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삶의 순간들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삶의 매 순간이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건 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감정이 행복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그게 행복인 지 조차 모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슬프고 기쁘고 우울하고 화나고 행복한 그 모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래서 인간에게 내려진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하나의 감정으로 쏠려 주체가 안된다는 건 우리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우리의 몸은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부분이 손상을 입어 다치게 되면 그 역할을 다른 부분들이 떠맡아 손실된 부분을 보충 또는 보완해주면서 균형을 잡아갑니다. 두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생로병사의 비밀> 편을 연출할 때 자살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자살자의 두뇌'는 보통 사람들의 뇌와 달리 전두엽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뇌는 오직 '자살'이라는 생각 하나가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좀 살게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신의 삶을 멈추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힘든 고통에서 벗어날 대안으로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삶에는 수많은 다른 대안들이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그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가버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살'과 같은 극단적 생각이 떠오르면 무조건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합니다. 이미 자살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해지면 죽음보다 훨씬 많은 삶의 가능성을 도무지 떠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무거운 생각, 무거운 이야기에...

마지막으로 제가 자살편을 취재하면서 알게된 반전 이야기가 있습니다.


호옥시 누군가 여러분들에게 '나 지금 힘들어, 죽고 싶어'라고 전화를 걸어오거나 상담을 요청해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 제목글인 "죽을 각오로 용기를 내봐"입니다. 사실 이 말 자체는 우리에겐 너무 자연스럽고 흔히 나누는 소위 좋은 격려입니다. 하지만,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말은, 이미 본인입장에서는 어떤 노력을 다 기울여봐도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 지경이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전화나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그가 어떻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함께 들어주고 손잡아주며 같이 눈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극단적인 감정의 벼랑에 내몰린 그들에게 "죽을 각오로 용기를 내봐'라는 말은 격려나 용기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막다른 벼랑으로 내모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극단적인 생각의 벼랑끝에서 한발짝 물러설 수 있도록 공감과 지지의 손을 내밀어주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문체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달래 줄 음악을 찾다보니 멘델스존의 피아노 소곡집 『무언가』의 유튜브 링크를 찾았습니다.

'무언가(無言歌)'는 한자어 그대로 가사가 없는, 가극풍의 선율과 간단한 반주로 구성된 피아노 소곡을 뜻합니다. 멘델스존은 평생에 걸쳐 '무언가(無言歌)'라는 이름의 소곡들을 썼는데, 그 수는 무려 48곡에 이릅니다. 6곡을 모아 1권으로 편집해서, 1~6권(모두 36곡)까지는 멘델스존 생전에, 7~8권은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곡의 표제는 멘델스존이 직접 붙인 몇 곡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표제는 사후에 편집자들이 붙였다고 합니다.

48곡의 작품들 중 특히 유명하고 귀에 익숙한 곡들은 제1권 중 1번 '달콤한 추억', 3번 '사냥의 노래', 6번 '베네치아의 뱃노래', 제3권 중 6번 '이중창', 제6권 중 4번 '베틀의 노래(별명으로 '꿀벌의 결혼'으로도 불림)' 등입니다.

이 소곡집은 낭만주의 시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서정적 성격 소품(Lyrisches Charakterstück)'으로 불리며 고전주의의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작곡가 자신의 자유로운 감정과 주관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성격 소품'으로 번역되는 'Charakterstück'은 베토벤이 그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에 사용된 '레오노라 서곡'에다 'Charakteristisch Ouvertüre(성격적 서곡?!)'이라고 쓴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런 '성격 소품'의 음악적 형식을 정립시킨 이 또한 베토벤인데, '엘리제를 위하여'가 수록된 유명한 바가텔 모음곡(Bagatelle Op.119(11곡), Op.126(6곡))이 그렇습니다. 곡들은 A-B-A와 같이 보통 3부분으로 구성되는데 A부분은 극적인 분위기, B부분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베토벤을 고전주의 완성자이자 낭만주의의 시작을 알린 작곡가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품들 때문입니다. 이후 이런 성격 소품들은 형식과 구성을 중시하는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나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같이 작곡가의 감정과 느낌을 보다 더 충실하게 드러내는데, 멘델스존의 '무언가' 모음곡와 슈만의 '어린이 정경' 모음곡 등이 이런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성격 소품'들입니다.


■ 앞서 20세기초 가장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로 명성이 높았던 스비야토슬라프 리흐테르(Sviatoslav Richter 1915~1997)의 연주로 제1집 6곡을 먼저 들어보았으니, 3집에서 가장 유명한 6번 '이중창'은 바딤 차이모비치의 연주로 감상해보고,

https://www.youtube.com/watch?v=pc14EzIfP-0


■ 6집에서 또 가장 유명한 4번 '베틀의 노래'는 '강철의 피아니스트'란 별명을 가진 에밀 길렐스의 연주로 감상해보고,

https://www.youtube.com/watch?v=W0xJehvjxU0


■ 지휘자로 명성을 얻기 전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던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로 1~8집 48곡 전곡 연주 버전을 감상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9V7DYckpj8o



♡ 꽃이 되어 새가 되어


-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3화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