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사랑의 결실이 익어간다

-2025년 7월 9일 수요일 -

by 최용수

♡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Friedrich Ernest von Weber, 1786~1826)

<'무도회의 권유' 내림라장조, Op.65 / Aufforderung zum Tanz (Invitation to the Dance) D♭ major op.65>


https://www.youtube.com/watch?v=BYAnnPCvLI4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무렵인데도 섭씨 28도... 어제저녁 기습적인 폭우 때문이었을까? 대기는 습기까지 머금은 채로, 어제 온종일 대지를 뜨겁게 데우고도 여전한 태양의 열기를 내 피부로 전달하고 있다.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후덥지근하다'는 표현보다 더 습하고 덥다는 느낌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조만간 그런 단어도 만들어질 것 같다.

요 며칠 이어진 폭염에 사람들은 벌써 지쳐가고 있는데, 아파트 화단 옆 감나무에는 꼬마 감들이 제법 감모양을 하고 빠르게 덩치를 불려 가고 있다. 수정(受精)되지 못하고 떨어진 감꽃을 밟았던 기억이 채 3주도 안된 것 같은데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기억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제 시간을 지키며 묵묵히 간다.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그 열매에 영원의 꿈을 담아 씨앗을 땅에 되돌려주는 나무들처럼, 오늘 아침은 사랑의 결실이 빚어낸 아름다운 음악을 골라보았다. 이 곡을 작곡한 카를 마리아 폰 베버는 독일의 낭만주의 시대를 연 작곡가로 오늘 소개하는 '무도회의 권유'와 함께 오페라 '마탄의 사수'라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사실 중학교 무렵에 다들 베버의 이름은 들어봤었어도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해 본 기억들은 없다. ^^;) 이 곡은 베버가 결혼한 후 사랑하는 아내와 꿀 떨어지는 신혼 생활 중 쓴 곡으로 나도 모처럼 듣고 있으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조금은 더 상쾌해진 것 같다.




1819년 7월의 어느 날, 베버는 아내를 피아노 옆에 앉혀 놓고 한 소절 한 소절씩 피아노로 반주하며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각 부분의 줄거리를 아내에게 직접 설명해주고 있었다. 신사의 말, 숙녀의 대답, 함께 춤추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감사 인사까지.


"한 무도회장에서 한 신사가 젊은 숙녀에게 함께 춤추기를 청한다. 숙녀는 부끄러워하며 거절한다. 신사는 다시 성심껏 열의를 가지고 간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승낙하면서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춘다.”


베버는 악보 위에 정성스럽게 자필로 위와 같이 써서 이 작품을 그의 아네 카롤리네 폰 베버에게 헌정했다. 베버는 평생 그의 아내 카롤리네만을 사랑했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작품에 담아 헌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오래가진 못했다. ㅠㅠ


두 사람의 인연은 1813년, 베버가 프라하 오페라 극장의 오페라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시작되었다. 당시 베버는 이미 유망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였고, 소프라노 가수였던 카롤리네 브란트는 그 무렵 베버의 눈에 띈 아름답고 재능 있는 재원이었다. 베버는 그녀를 프라하 무대에 세우기로 결심했고, 1814년 1월 1일, 카롤리네는 오페라 <신데렐라>의 주역으로 데뷔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적인 데뷔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예술적 동지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둘러 약혼식을 올린다. 베버는 자신이 프라하 오페라 극장 감독직을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혼기간 동안 카롤리네의 연주 활동을 위해 베를린으로 이주해 함께 지내면서 그녀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직접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베버의 이런 헌신적인 사랑으로 두 사람은 마침내 4년간의 열애를 끝내고 1817년 11월 4일 프라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당시 베버는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의 종신 악장(카펠마이스터)으로 임명된 상태였고, 카롤리네는 남편을 따라 드레스덴으로 이주하며 화려했던 자신의 무대 경력을 기꺼이(! 어쩔 수 없는 경력단절이 아니라) 포기했다.

드레스덴에서 베버의 인생은 말 그대로 황금기였다. 아내 카롤리네는 베버에게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안정과 행복도 주었지만(그들은 세 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 못지않게 베버가 창작의 열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술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베버는 독일 국민 오페라의 발전을 이끌며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한 행복은 길지 않았다. 베버는 어릴 때 얻은 결핵으로 평생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결혼 후 예술적 성취에 대한 욕심으로 작곡에 몰두하며 병세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1826년, 베버는 오페라 <오베론>의 초연을 위해 방문했던 런던에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39세의 젊은 나이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카롤리네는 베버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은 생을 평생 베버의 유산을 지키는 데 헌신했다. 그녀는 185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베버가 남긴 수많은 악보, 원고, 일기, 편지들을 소중히 보존했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위대한 낭만주의 작곡가 베버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ㅠㅠ


* 베버에 대한 구글 검색 중 잘못된 정보들이 있어서 베버의 공식 홈페이지를 소개한다. https://www.weber-gesamtausgabe.de/en/Index


<무도회의 권유>는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데, 그건 이 작품이 최초의 '콘서트 왈츠'였다는 점 때문이다. 왈츠 음악은 베버 이전까지 오직 춤을 추기 위한 반주 음악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비로소 왈츠 또한 감상을 위한 독립된 예술 작품, 즉 '콘서트 왈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베버가 <무도회의 권유>를 아내에게 헌정하며 악보에 그 곡의 분위기를 써준 것처럼, 베버는 그의 여러 작품들에 구체적인 줄거리(프로그램)를 제시하고 그 줄거리에 따라 곡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현재 '표제음악'이라고 말하는 형식의 전형을 만들었다. 이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리스트의 교향시, 그리고 바그너의 극음악으로 이어지는 낭만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무도회의 권유>에서는 첼로의 낮은 음역은 신사의 정중한 요청을, 플루트와 오보에의 높은 음역은 숙녀의 수줍은 응답처럼 특정 악기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장면 등을 묘사하는 특정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소위 '라이트모티프(Leitmotif, 유도 동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표제음악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로 베버를 표제음악의 선구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이런 '라이트모티프(Leitmotif, 유도 동기)' 못지않게 <무도회의 권유>가 표제음악의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은 '서주-왈츠-후주'의 형식을 통해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곡의 마지막에 처음의 서주 선율이 다시 등장하며 신사와 숙녀의 작별 인사를 묘사하는 부분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보여주는 재치 있는 구성이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되었으나, 1841년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하면서 더욱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베버의 섬세한 상상력이 빚어낸 이 아름다운 왈츠는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곡이다.


■ 앞서 베를리오즈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곡을 빈 필의 연주로 들었다면 이 곡의 원곡 피아노 버전을 아나톨 우고르스키의 연주로도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Wm-a4pBVZIU


■ 그리고, 아주 드문 2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버전을 발렌티나 리시차와 알렉세이의 연주로도 들어보자.(화질과 음질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발렌티나 리시차의 감정!)

https://www.youtube.com/watch?v=1UtmNu8DQpg



♥ 청포도


- 이육사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리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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