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7일 목요일 -
♥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 오페라『나비부인』중 '어느 개인 날' 외/ 'Un bel dì, vedremo' from the opera 『Madame Butterfly』>
■ https://youtu.be/c-r2vu4t9-g?si=rlvLXjf75of_weK1
간밤에 내린 비로 젖어있던 거리가 아침이 되면서 빠르게 마르고 있다. 대기가 건조해서 빨리 마르는게 아니라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빗물이 수증기로 바뀐 것이어서 온도는 지난주 아침보다 좀 떨어졌지만, 끈적하고 눅눅한 느낌에 상쾌하지는 않다.
푸치니의 오페라『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초초상(蝶々さん, ちょうちょうさん, Chōchō-san)이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어느 개인 날(Un bel dì, vedremo)'처럼 하늘은 푸르게 반짝이지만, 그것이 비극적 결말의 전조이듯이.
개인적으로 오페라『나비부인』은 그 배경과 스토리텔링 때문에 오페라 자체는 좋아하지 않지만 작곡가 푸치니 개인에 대한 선호와 '어느 개인 날', '안녕, 꽃들의 피난처여(Addio, fiorito asil)'같은 몇몇 빼어난 아리아들때문에 찾아보게 되는 오페라다.
빠르게 개여가는 푸른 하늘 때문에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는 '어느 개인 날'을 듣고 있다가 문득 요즘 전 세계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pop 데몬 헌터스'로 상징되는 'K-Culture'와 푸치니가 오페라 『나비부인』를 작곡할 당시 유럽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민화(우끼요에)와 도자기로 상징되는 '자포니즘(Japonism)'에 대해 비교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9세기 중반 이후 유럽 예술계(특히 프랑스)를 열병처럼 들끓게 했던 일본의 민화(우끼요에)와 도자기에서 비롯된 '자포니즘(Japonism)'은 전형적인 '오리에탈리즘(Orientalism, 서양이 동양을 타자화하고, 왜곡·신비화된 이미지로 재현함으로써 지배와 우월성을 정당화하는 인식과 태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편,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서구 사회를 강타하며 전 세계에 그 존재를 알린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부터 미국과 유럽의 팝차트를 휩쓴 BTS와 블랙핑크의 K-pop,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K-드라마의 존재를 각인시킨 '오징어 게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게다가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유래없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 현재 'K-Culture'는 나와 타자를 구분하여 차별화하고 대상화시키는 '타자성’이 아니라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형성된 지구촌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동시대적인 공감과 광범위한 팬덤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하며 사라졌던 '자포니즘'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국뽕 넘치는 자부심 한편에 잊지 말아야 할 사실도 있다. 지금 세계적인 열풍을 모으고 있는 'K-pop 데몬 헌터스'는 소니 픽처스(Sony Pictures Animation)의 기획과 자본, 넷플릭스(Netflex)의 배급과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K-pop이 이제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주류 아이콘이 되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외국계 자본이 이익을 목적으로 K-pop과 K-Culture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전 세계의 팬을 겨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영어가 세계각지의 사투리를 가지게 된 것처럼 미국식 · 유럽식 · 남미식 K-Culture 상품의 등장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과거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모든 문화의 종주국임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듯이 문화는 본질적으로 융합과 변주를 그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뿐만 아니라 시간대를 아울러서도 일어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가 300~400년 전 유럽의 바로크 음악을 즐기듯이 120여 년 전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처럼 만들어진,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오늘 아침 내가 감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하필 내가 몸담고 있는 KBS와 오페라 『나비부인』은 지독한 악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24년 8월 14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즉 광복절 시작되는 그 시점에 하필 KBS 1TV 채널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와 일본 전통 복식(기모노)이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중계되면서 KBS가 큰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1막에서 초초상이 결혼하는 장면에서 기모노와 기미가요 선율이 나온다. ㅜㅜ)
사실 당초 예정된 방송일정대로 7월 말에 나갔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건이었는데, 당시 파리 올림픽 중계로 편성이 순연되면서 하필 그 시간에 방송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 수 없는 시청자들은 “광복절에 일본 문화와 국가까지 나오는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이 중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하게 KBS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그날 직접 그 프로그래을 시청하고 있던 나도 어이가 없었으니... 방송 직후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1만 명 넘는 항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비난과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타 언론사들이 보도를 시작하자 KBS 내부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이 글을 써놓고도 이 음악을 굳이 오늘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다가(결국 오늘 브런치 글도 지각이다. ㅠㅠ) '어느 개인 날'이라는 딱 오늘 아침 분위기와 어울리는 제목 때문에 결국 이 글을 올린다.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이 노래는 정말 애절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오페라『나비부인』은 푸치니가 1900년 런던에서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의 연극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 A Tragedy of Japan)>을 관람하고 나서 이에 깊은 감명을 받아 오페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의 연극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 A Tragedy of Japan)>은 그 이전에 미국 작가 롱(J. L. Long)이 그의 누나가 일본에서 겪고 들은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푸치니는 벨라스코의 희곡뿐만 아니라 프랑스 작가 로티의 소설 <국화부인(Madame Chrysanthème)>에서도 소재를 가져와 오페라에 녹여 내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오페라『나비부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일본을 배경으로 한 미군 장교와 일본여성의 비극적 러브스토리’ 정도 되겠다.
(오페라『나비부인』을 원형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미군과 베트남 여성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로 요약할 수 있는데, 어떻게 100년 전의 약간 진부해 보이는 스토리텔링이 현대에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역시 음악의 힘이 아닌가 싶다. 성긴 스토리들을 매끄럽게 연결시켜 주면서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노래라니... 정말 이런 노래들은 오페라의 치트키라 할만하다.).
"어느 개인 날, 바다 저 멀리 배가 들어오면 아! 나는 그이를 만나러 갈 거예요!"
- 오페라『나비부인』2막 중 '어느 개인 날', 이 아리아는 총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나비부인』의 2막에서 주인공 초초상이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미국으로 떠났던 미군 장교 핑커턴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다.
1854년 일본은 미국의 압력으로 막부시대의 오랜 쇄국 정책을 깨뜨리며 개항하게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일본의 도자기와 판화 등 문화 상품을 대규모로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며 서구사회에 그들의 존재를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일본 도자기, 특히 아리타야키(이마리야키)는 유럽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약 70년간 700만 개 이상이 수출되었고, 프랑스·영국 등에서는 이를 모방한 자기 생산까지 이어질 정도 일본문화상품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리고, 당시 수출된 도자기의 포장지로 일본의 우키요에(민화)를 판화로 찍어낸 종이들이 쓰였는데, 평면적이지만 강렬한 색감, 과감한 생략과 클로즈 업을 통한 강조 등 혁신적인 이 판화그림들은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당시 이러한 유럽인들의 일본의 도자기와 판화그림에 대한 열광은 자포니즘(Japonisme)이라 불리며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예술성과 독특한 미감에 대한 충격은 오랫동안 유럽인들이 일본을 신비롭고 매력적인 나라로 여기게 만들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에는 이러한 시대 배경과 동서양의 문화 충돌, 일본의 매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미지가 음악과 이야기 전반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오페라『나비부인』은 1904년 2월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푸치니가 곡을 너무 늦게 완성해 충분한 연습 없이 무대에 올려지면서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으며 실패하게 된다.
초연 당시 오페라는 2막 구조였는데, 긴 이야기를 다 다루려다 보니 2막은 지나치게 길어졌고 이는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며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결국 초연 실패 이후 푸치니는 막을 세 개로 나누고 음악적 흐름도 그에 맞춰 개선했다. 그렇게 지속적인 개정을 거쳐 3개월 뒤 개정된 대본으로 무대에 오른 『나비부인』은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폭발적 흥행을 이어가게 된다. 이는 당시 일본에 대한 유럽인들의 호기심과 함께 구성을 바꾸면서 아름다운 아리아들의 감정선이 제대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초초상(나비부인/Cio-Cio-San) – 일본의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15세 소녀, 게이샤, 소프라노
B.F. 핑커턴 – 미국 해군 중위, 테너
스즈키 – 나비부인의 하녀, 메조소프라노
샤플레스 – 미국 영사, 바리톤
고로 – 중매쟁이, 테너
야마도리공 – 일본인 구혼자, 테너
케이트 핑커턴 – 핑커턴의 미국 아내, 메조소프라노
기타 친지 및 무언 역(아이 ‘비애’)
▶ 제1막 : 미국 해군 장교 핑커턴은 나가사키의 언덕집을 임대하고, 중매쟁이 고로의 소개로 15세의 게이샤, 초초상(나비부인)과 결혼한다. 나비부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기대하지만, 핑커턴은 일본의 느슨한 결혼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 나비부인은 가족과 종교도 등진 채 사랑을 맹세하며 핑커턴과 첫날밤을 보낸다. 그러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한 본조(나비의 삼촌)는 그녀가 가족과 믿음을 버렸다며 그녀에게 벌 받을 거라며 경고한다.
▶ 제2막 : 3년이 흐른 뒤, 핑커턴은 미국으로 떠났고, 나비부인은 갓난 아들과 하녀 스즈키와 함께 홀로 남아 남편의 귀환만을 기다린다. 스즈키는 핑커턴의 배신을 직감하지만 나비부인은 변치 않는 사랑을 믿는다. 미국 영사 샤플레스가 핑커턴의 편지를 전하며 재혼을 권유한다. 하지만 나비부인은 미국인 남편에 대한 순정과 믿음으로 야마도리공 등 재혼 제안을 거절한다. 그녀는 핑커턴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비애’)를 키우며, 남편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희망한다. 그리고 어느 날 핑커턴의 배가 입항한다는 소식에 기쁨에 차 집을 꽃으로 장식하고 밤새 그를 기다린다.
▶ 제3막 : 미국에서 이미 재혼했던 핑커턴은 염치없게도 그의 새 아내(케이트)와 함께 나비부인의 집을 찾는다. 나비부인은 비로소 남편이 재혼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아들을 새 아내에게 맡기는데 동의한다. 몰락한 명예와 절망 앞에 마지막 결단을 내린 나비부인은 아버지가 물려준 단도로 할복,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핑커턴이 뒤늦게 그녀를 부르며 달려오지만, 나비부인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 Vieni la sera 저녁은 다가오고
초초상과 핑커튼의 혼례의식 중에 숙부 본조가 나타나 초초상의 개종을 비난하며 난동을 부려, 친척들이 모두 떠나고 둘만 남아 있을 때 슬퍼하는 초초상을 위로하는 핑커튼과 함께 부르는 이중창이다. 무려 15분이 넘어가는 길이의 곡으로, 푸치니의 사랑의 2 중창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극적인 곡이라고 평가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cmaQfmg0Rk0&list=RDWG0KFIDWNQ4&start_radio=1(로얄오페라단 공연중에서)
■ Humming Chorus 허밍 코러스
2막의 간주곡처럼 흐르는 허밍 코러스는 <나비부인>에서도 가장 서정적이고 유명한 합창이다. 항구에 배가 들어오고 핑커튼이 돌아올 기대와 설렘에 들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초초상의 모습과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암시하는 서글프고 아름다운 노래다.
- https://www.youtube.com/watch?v=NFOzgNlg0dg (metropolitan Opera)
■ Un bel di vedremo 어떤 개인 날
2막 1장에 나오는 초초상의 아리아로, 미국으로 돌아가 3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핑커튼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애절한 심정이 절절히 녹아있는 이 곡은 소프라노 최고의 아리아로 손꼽히고 있다. 앞서 마리아 칼라스의 음성으로 들었다면 이번에는 레나타 테발디의 목소리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1woH96ROG-c&t=1s (레나타 테발디)
■ Intermezzo 간주곡
핑커튼을 기다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초초상의 모습과 더불어 밤을 울리는 허밍 코러스와 간주곡이 이어진다. 앞으로 초초상에게 다가오게 될 불행한 결말을 함께 암시한다.
- https://youtu.be/CqHj47HQC8c?si=pL2KIYArdyUMibFe (리카르도 샤일리/스칼라 오케스트라)
■ Addio, fiorito asil 안녕, 꽃으로 장식된 집이여
초초상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며 기다려왔는지 깨달은 핑커튼은 그녀를 버린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는 과거에 초초상과 함께 살았던 집을 둘러보며 이별을 고하며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른다.
- https://youtu.be/fItEy3NToRg?si=w43HLN5sttR0gANH (루치아노 파바로티)
■ Tu piccolo, addio 안녕, 아가야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핑커튼에게 보내기로 하고, 자신은 삶을 마감하겠다고 결심한 초초상이 아이에게 인형과 성조기를 쥐어준 후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면서 부르는 마지막 아리아이다.
- https://youtu.be/M9zUtrBNz_k?si=Fv016TRRAJKDp9eK(마리아 칼라스)
♥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을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