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은 생에 가장 시원한 여름"

- 2025년 8월 21일 목요일 -

by 최용수

♡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

<'행성' 모음곡 Op.32 /The Planets, Op.32 >


https://www.youtube.com/watch?v=RuGrYRqES2w ('행성'모음곡 중 '금성')


"우리 남은 생에 가장 시원한 여름"


한때 우스갯소리처럼 쓰이던 이 말이,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한낮의 뜨거운 여름을 직접 체험하면서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게 되었다. 종말론적인 미래에 대한 시니컬한 블랙 유머...

우상향 하기 시작한 그래프가 점점 더 가팔라지기 시작했다./출처: 슬로우뉴스


백 년도 못 사는 인간들인 우리는 아직 수십, 수백 년의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기상이변 또한 이미 100년 전부터 인류가 대기에 쌓아온 이산화탄소가 주원인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지난 1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지구 대기로 쏟아내고 있다. 우리 생에 가장 뜨거운 여름, 그리고 바로 그 여름이 살아있는 동안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 끔찍한 예언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몇 년 간 전 세계는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로 지구 대기를 더 뜨겁게 달궜는데, 2019년에 발화해서 2020년 진화될 때까지 무려 6개월이나 타올랐던 호주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남한 약 10만 헥타르)의 1.8배를 넘는 1,800만 헥타르 이상을 태우며 33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 뒤이어 2022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어난 산불은 캐나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였는데 피해 면적은 호주보다 작았지만, 경제적 피해는 약 73억 달러(한하로 10조 원 이상)에 달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캐나다 건국 이래 최대의 산불이었다.

2025년 현재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해 들어 419PPM까지 치솟았고 이는 80만 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져 전 세계가 물에 잠긴다며 걱정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빙하가 녹아 바다의 염도가 낮아져 염도차에 의해 만들어지던 해류가 멈추며 유럽은 극단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100년의 걱정은커녕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에도 여전히 세계는 움직이지 않고...

우리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을 40%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실행력이 부족했고,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체 목표는 공유했지만, 산업 부문 배출 목표는 오히려 줄였다. 그래서 올해 당장 9월까지 UN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에게 급한 불이 떨어졌다. 출범한 지 고작 2달 넘은 정부다 보니 초안도 아직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전 윤석열 정부가 해두었어야 할 일이었다.

신임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5년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절박한 과제는 당장 2030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라며 실현 가능성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문제에 관한 한 전국민적인 공감과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전히 아침 기온이 섭씨 28도에 머물러 있는 8월의 후덥지근한 아침에 만약 내년이 올해보다 더 더우면 어쩌지 하는 끔찍한 질문에 오늘 아침 이야기는 좀 많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음악은 지구처럼 대기의 온난화 현상으로 표면 기온이 무려 464도씨에 이르는 금성을 묘사하고 있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모음곡 중 금성을 골라봤다.




구스타브 홀스트는 본 윌리엄스와 함께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1874년 영국 글로스터주 첼트넘(Cheltenham)에서 태어났다. 홀스트의 집안은 할아버지인 마티아스 홀스트가 러시아 왕실의 하프 교사이자 작곡가, 아버지 아돌프 폰 홀스트(Adolph von Holst)는 첼트넘 올세인츠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이자 합창단 지휘자, 심지어 그의 어머니 클라라(Clara)는 피아니스트이자 뛰어난 성악가였던 음악가 집안이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 클라라는 홀스트가 8세 때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모 니나가 홀스트 형제를 돌보며 그의 음악적 친구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홀스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물론 작곡까지 배웠다. 특히 피아노를 좋아했는데, 오른팔 신경염(Neuritis)과 시력 저하, 천식 등 건강상의 문제로 피아니스트의 꿈은 일찍 포기한다. 12세 때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트롬본을 배우기도 했지만, 허약한 체력과 건강 때문에 연주는 힘들어했다고 한다.

대신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일찍부터 작곡에 두각을 나타냈다. 10대 시절부터 합창곡과 오케스트라 곡, 피아노 소품, 심포니 등을 직접 작곡했으며, 17살 때에는 그의 작품으로 첫 공식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고 한다.

첼트넘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에서 음악 이론을 공부했고, 이후 영국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에서 찰스 빌리어스 스탠퍼드(Charles Villiers Stanford)를 사사했다. 작곡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트롬본 주자로도 활동했지만, 1905년부터 세인트폴 여자학교(St Paul's Girls' School)의 음악교사와 1907~1924년 모를 리 컬리지(Morley College) 음악감독을 맡으며 작곡과 교육에 전념하며 살았다.


1914~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된 《행성 모음곡》


구스타브 홀스트란 이름은 사실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몰라도 그의 작품 《행성 모음곡》중 '목성'은 M사의 9시 뉴스 타이틀 음악으로 쓰이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첫 시작 전주 부분의 20여 초 정도가 타이틀로 쓰였는데 당시로서도 현대적인 느낌의 타이틀 곡이었고, 지금 들어도 그 느낌이 전혀 엣스럽지 않다.


(* 유튜브에 처음부터 타이틀이 다 나오는 영상링크를 찾을 수 없어서 아마 해외 지국에서 쓴 짧은 영상인 것 같은데 먼저 들어보고, 원곡 '목성'은 아래 음악만 모아놓은 링크에서 감상해 보자)

* 뉴스 타이틀 일부 : https://www.youtube.com/watch?v=Nxz5rein7UQ


그런데, 이 현대적인 느낌의 곡이 작곡된 시기는 100여 년 전인 1914~1917년 무렵이다. 전자적 사운드는 전혀 없지만, 현대적 느낌을 주는 이 '목성'을 듣다 보면, '행성 모음곡(The Planets)'이 혹시 천문학과 현대 과학의 성과에 대해 작곡가가 존경을 담아 작곡한 게 아닐까 생각되지만, 사실 이 곡은 1차 세계대전(1914년 7월 ~ 1918년 11월) 당시 홀스트가 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불안한 시대 상황과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에서 빠져들게 된 점성학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 곡에서 각각의 행성들을 묘사하고 있는 내용은 점성술과 그리스 신화에서 얻은 모티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홀스트가 '행성 모음곡(The Planets)'을 작곡할 당시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게 실제 이 작품은 각종 천문, 과학 프로그램과 SF 영화의 OST로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행성 모음곡(The Planets)'은 모두 7곡으로 구성된 관현악 모음곡집으로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명왕성이 발견되지 않았던(1930년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하여 2006년까지 태양계의 행성계에 포함되었다가 지금은 크기와 특성 때문에서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터라 '행성 모음곡(The Planets)'은 현재의 행성의 수와 일치한다.

그런데 모음곡의 순서는 천문학적인 순서가 아니라 점성학의 의미를 따라 작곡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아는 행성계의 순서(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와는 다르다.


'행성 모음곡(The Planets)'의 각 행성별 순서와 부제는 다음과 같다


제1곡 화성-전쟁을 가져오는 자(Mars-The Bringer of War)/Allegro

제2곡 금성-평화를 가져오는 자(Venus-The Bringer of Peace)/Adagio-Andante-Animato-Tempo

제3곡 수성-날개 달린 파발꾼(Mercury-The Winged Messenger)/Vivace

제4곡 목성-즐거움을 가져오는 자(Jupiter-The Bringer of Jollity)/Allegro giocoso-Andante maestoso-Tempo I- Maestoso-Lento maestoso-Presto

제5곡 토성-황혼기를 가져오는 자(Saturn-The Bringer of Old Age)/Adagio-Andante

제6곡 천왕성-마술사(Uranus-The Magician)/Allegro-Lento-Allegro-Largo

제7곡 해왕성-신비로운 자(Neptune-The Mystic)/Andante-Allegretto


《행성 모음곡》의 대중적 흥행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홀스트...


홀스트가 활동한 시기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아느놀트 쇤베르크, 클로드 드뷔시 등의 전위적이고 비전통적인 음악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었는데 이교적이고 기괴한 느낌과 음악적 파격을 보여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무조(無調)적 형식의 대관현악곡으로 빠른 리듬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성으로 유명한 쇤베르크의 '관현악을 위한 5개의 소품', 그리고 모호하고 미묘한 음계와 조성의 변화로 몽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드뷔시의 '바다'같은 작품들이 그것들이다.

홀스트는 당대 유명한 작곡가들의 이런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행성모음곡'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런 작품들보다는 후기낭만주의적 요소들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대규모 관현악 편성과 합창까지(제7곡 해왕성 편에는 2조의 3부 합창단이 등장) 동원되어 다채롭고 웅장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처음 작곡할 당시에는 피아노 두 대를 위한 곡이었고, 제7곡 해왕성의 경우에는 피아노가 아닌 오르간 독주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1916년 이렇게 완성된 곡들을 현재 우리가 듣는 대규모 관현악 편성으로 편곡되었다.


초연은 1918년 9월 런던의 퀸즈 홀에서 아드리언 볼트의 지휘로 비공개로 연주되었다가 2년 뒤 1920년 10월 버밍엄에서 애플비 매튜스(Appleby Matthews) 지휘로 공식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두며 홀스트를 일약 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런 성공과 평판에 대해 정작 홀스트에게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이 '행성모음곡'에 밀려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데... 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과 관계없이 제4곡 '목성'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주요 주제선율이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King'에 버금가는 애국주의 노래(I Vow To Thee My Country, 내 조국이여 그대에게 맹세하노라)로 편곡되어 영국의 각종 중요한 추모행사에 빠지지 않고 불리는 노래가 되었다. 영국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영국 출신의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이 많이 없다 보니 '위풍당당 행진곡'의 엘가처럼 영국 클래식 작곡가들의 인기 있는 곡을 각종 행사에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 영국인들에게 "I Vow To Thee My Country"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순국선열들에 대한 추모 페스티벌에서의 연주를 들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bvouc8Qs_MI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당시에도 이 곡은 영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 앤드류 맨즈의 지휘로 NDR 라디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행성모음곡' 중 '목성'을 감상

- https://www.youtube.com/watch?v=3aXsQQ-ueBk

(아래 BBC Proms 연주보다 소리가 더 잘 들려서 앞서 배치)


■ 수잔나 멜키의 지휘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2015년 실황연주로도 '목성'을 감상해 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BUM_zT3YKHs


■ 마지막으로 7개 행성 각각의 재밌는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곡을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지휘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로 전곡을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jpEol13N4fo



♡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

- 모호크 족 기도문에서


- 게리 셔먼 스나이더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자매로서 비밀스러움과 자유, 다른 삶을 보여주며

그 젖을 우리에게 나눠주며 스스로 완전하고 용감하며 깨어있는 야성의 존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구름과, 호수와, 강과, 빙하들
우리를 묶거나 풀어주며 우리 몸을 거쳐 소금기 있는 바다로 흐르는 물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약동하는 눈부신 빛으로
나무 등걸 속과 안갯속을 꿰뚫어 우리를 깨우며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비추는 태양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십 억 개의 별들을 품고 계시고,

그 너머로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하여

우리 안에 계시는 위대한 하늘에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우주에게

마음은 당신의 아내입니다.


부디 그렇게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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