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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훈보 Jan 14. 2021

사람은 참 재미있어

<책의 주변> 27화

그러니까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 왜 일어났지?


창밖에는 선선한 공기 사이로 새가 날고 화력발전소의 걱정 말라는 수증기가 뿜뿜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나는 분명 아침형 인간이라는 그 다섯 글자와는 너무도 먼 인생을 살아왔는데, 가끔 이렇게 뜬금없는 시간에 깨곤 한다. 심지어 일어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물을 두 컵 마시고 금방 잠이 들 줄 알고 잠깐 잠에서 깬 사람처럼 화장실도 다녀오고 휴대전화도 좀 만지작 거리며 나의 기상시간을 외면하다 지금은 두유를 데우고 있다.  솔직히 이걸 마시면 다시 잠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개운하니 뻔뻔하게 아침형 인간의 삶을 흉내 내 보자.


정말 학교에는 어떻게 다녔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내내 끙끙거리며 일어나서 우는 낯으로 등교를 했던 것 같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부터 학교까지 걸어가던 아스팔트 길이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다. 징징징 하면서 이십 오분을 걸어갔다.


지금 일하는 로스터리도 카페도 출근시간이 세상의 기준에 비하면 늦은 편이라 오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게 조금 낯설다. 졸업 이후로는 밤을 새우고 놀다 아침에 집에 들어간 횟수가 아침에 일어난 것보다 많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일어나 글을 쓴다. 이 생경한 감정을 서서히 내려가는 눈꺼풀과 함께 담아내고 나면 나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 있겠지..


얼결에 끓여 마시는 두유의 따뜻함이 어디선가 분주할 당신에게도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7시도 아침형 인간이라고 말하기는 뻔뻔한 게 사실이다.



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2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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