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변> 49화
최근 TV를 보다 우연히 두 번이나 시를 쓰는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았다.
단순한 감일 뿐이고 우연이겠지만 경기가 나쁘다고 느낄 즈음 TV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 봐야 연예인이고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형편이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요즘 시를 쓴다거나 시를 쓰는 것을 소재로 TV에서 대화가 오간다.
가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로 모두가 힘들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 글이 시의 완성도를 다루며 그들을 비난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문득 나에게 이런 형태로 '시'라는 단어가 날아왔고 그것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할 뿐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시를 읽는 일을 즐겨하지도 않고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시를 쓰는 마음만큼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아주 가끔은 조금씩 쓰기도 한다. 물론 나의 시는 목적을 갖는 공모전과 같은 탐욕의 일부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다 써두고 보면 어쩐지 안쓰럽고 마음에 들어서 가끔 혼자 꺼내 보는 일이 있다. 어찌 되었든 내 마음의 형상화였으니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시의 완성도와 평가와 별개로 개인이 가만히 앉아 시를 쓰는 마음이 차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쓰는 시는 유명한 시인의 솜씨에 비하면 단어 선택이나 리듬감 조어의 묘미 등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평가의 단계로 들어갈 때의 이야기이고, 시의 완성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하기 전에 그 사람이 혼자 앉아 쓰는 마음만큼은 너무 아름답고 좋다.
세상을 보고 마음에 담아 그 감정을 이리로 저리로 굴려가며 조물거리다가 문득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단어를 골라 적어 내려 가는 게 얼마나 귀여운 일인가. 그 마음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대부분 충분하고 완벽하다. 작은 노트나 연습장 혹은 전화기의 메모장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도 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인생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 어찌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혼자서 가만히 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순간이 각자에게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겐 많은 편리가 있고 그로 인해 자유 시간이 조금은 늘어났으니 그때 조금 스스로를 안아주자.
물론 간혹 솜씨를 자랑하거나 언젠가 뽐낼 의욕을 담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자 어디나 노이즈는 존재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