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흔들린다는 거야.
불어오는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것
저항해보려 해도 막을 수 없고
달아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바람에 맞서
흔들리는 것.
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것
성실한 사람은 자유해지기 위해
자유한 사람은 매이기 위해
시소에 앉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상처 위에 상처를
사랑 위에 사랑을
미움 위에 미움을
덮어 씌우는 것
그래서 상처는 사랑이 되고 사랑은 미움이 되는 것
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
반짝이는 별을 동경하며 잿빛 재로 향하는 것
왜 태어나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것
[살아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 시, 오카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살다]와 오카모토 요시로의 그림이 어우러져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그림책, [살아있다는 건]이 처음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죽지 못해 사는 삶 말고 펄떡이는 생을 오롯이 느끼며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건 어쩌면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닥친 불행, 실패, 사고가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오래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내 삶에 있도록 놓아두고 모순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는 내 삶이 죽음으로 완성될 때 알 수 있게 되겠죠. 끝으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살다>의 전문을 덧붙입니다.
살다
살아있다는 것
지금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느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순간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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