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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05. 2020

벚꽃 앞에서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1일 1글 시즌4 [episode 07]


이사를 온 후 한 달이 지났다. 

동네 탐험에 나섰다. 

남산자락 근처인지라 조금만 걸어도 근린공원이며 산책길이 많다. 

우연히 접어든 그 길엔 벚꽃이 한창이었다. 

일부러 시간 내어 찾아가기도 하는 그 벚꽃놀이가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내 앞에 툭 하고 펼쳐졌다.





이렇게 또 봄...


그리고 떠나겠지, 속절없이

언제부턴가 찬란함 뒤에 숨은 처연함에 마음이 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왔다.


사랑할 땐 헤어짐을 두려워하고

행복할 땐 행복의 끝에 미리 가서 전전긍긍하는 나.

항상 지금 여기에 서있지 못하고

시간보다 한 발자국 먼저 걷고 있는 나는

그래서인가, 너무 빨리 나이 들어버린


온 힘을 다해 지금을 피우는 벚꽃은

조만간 겨울을 흉내 내며 꽃눈으로 사라져 버리겠지

짧은 삶에 최선을 다하는 찬란한 열정

그 처절함이 저리도 하얗게 피었구나


올봄도

벚꽃 앞에서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인적이 드문 동네 뒷 산길입니다. 

산책로 입구에 마스크하고 2미터 유지하라고 공지가 붙어있는데

2미터 유지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ㅠ 

2주간의 멈춤을 잘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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