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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29. 2020

심멎! 프렌치 모던 展

1일 1글 시즌4 [episode 31]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에 다녀왔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 제주를 여행하면서도 제주 도립미술관에서 열렸던  'French Modern' 전을 놓쳐서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마침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다시 열린다고 해서 로또 맞은 것 마냥 기뻤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2월 21일 개막 후 4일 만에 미술관은 문을 닫아야 했고 언제 그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 채 두 달이 지났다. 다행히 얼마 전 재개관을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람누리 미술관엘 다녀왔다.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 앙리 마티스, 에드가 드가, 장 프랑수아 밀레, 마르크 샤갈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화가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로, 르동, 보나르, 부게로... 등 정말 최 호환판 컬렉션인 이번 전시는 19세기 중반~20세기 중반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 45명의 회화와 조각 등 모두 59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첫 번째 작품인 밀레의 [양 떼를 치는 남자]



아! 첫 작품부터 대단하다! 일부러 컬렉션 내용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간 나의 의도가 빛을 발했다. 


밀레 특유의 어두우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화면 구성은 가난한 농민들을 향한 밀레의 경외심이 잘 드러나 있었다. 구름 뒤에 숨어있는 태양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빛은 양 떼를 치는 남자의 모자와 등의 끝부분에서 밝게 빛나며 가난한 농민을 그렸음에도 그를 마치 영웅처럼 보이게 한다. 흔히 이발소 그림으로 불리는 [만종]이나 [이삭줍기]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아우라에 꼼짝을 할 수 없다.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존경했던 화가가 밀레인 이유를 백번 공감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insightraveler/195



모든 작품이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1850~1950년, 100년간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만을 모아놓은 컬렉션이니 오죽할까?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특히 내 발길을 오래 붙잡아 놓았던 작품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Ville d'avray / 장 밥스티유 카미유 코로 / 1865 / Oil on Canvas


코로가 그린 빌 다브레의 풍경이다. 사진으로 그 색감과 질감, 느낌을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 카미유 코로는 밀레와 함께 활동했던 화가들의 학교 이름으로 사용된 바르비종 파의 일원이다. 밀레의 그림보다 조금 더 밝고 가벼운 톤이 주는 평안함은 마치 지금 이 순간 실제로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는 부모님이 살았던 빌 다브레에 자주 내려가 그곳의 풍경을 많이 그렸다. 거친 덤불 뒤에 서서 그 앞으로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니 몇몇의 농부들이 묵묵히 제 할 일들을 하고 있고, 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의 흰 벽이 마을의 평화로운 오후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런 그의 그림을 보고 프랑스의 평론가 테오도르 드 방빌(Theodore de Banville)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풍경화가가 아니라 자연의 슬픔과 기쁨을 호흡하는 풍경의 시인이다.


아! 그렇다. 그는 화가이자 물감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진 그림이라 이해하기 쉬운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았지만 그림을 보면 볼수록 숨겨진 오아시스와 같은 연못과 공기 속에 흔들리는 아스라한 나무와 화면의 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하늘의 모습은 자꾸만 숨겨져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라는 메타포 가득한 시처럼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로 인해 2미터 거리두기가 적용되어서 30분 간격으로 30명만 예약을 해서 관람할 수 있다. 인원을 제한한데다 마침 평일 낮시간이어서 전시장 안에는 많으면 3~4명이 마지막엔 나 혼자만 있기도 했다. 재벌가 며느리가 전세 내고 보는 듯한 호사로움이었다.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을 향해 걸어가는 걸음 걸음이 설렜고 그 설렘의 다음을 환희로 바꾸어 준 브루클린 미술관 컬렉션 [프렌치 모던]은 내 삶의 벨 에포크 중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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