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제일 쉬웠어요.

나의 특별한 외국인 친구

by 선풍기

나에게는 일본인 육아 동지가 있다. 우리 아기와 2개월 차이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고, 한국에서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살고 있는 나의 외국인 친구. 무슨 언어로 대화를 하냐면 한국어다. 한국인처럼 말을 잘하고 심지어 편견 없는 나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발음이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외국인이라는 소리에 꽤나 충격 먹었던 그날의 기억


나의 특별한 외국인 친구는 아직도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있지 않다. 아이가 기관에 가면 본인은 너무 할 것도 없고 심심할 거 같다고.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는 세상에서 아이 보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육아가 제일 행복하다고?

내 육아는 우울한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우린 처음으로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대화했다. 밥을 먹은 적은 종종 있었지만 술을 마신 건 처음이었다. 알딸딸해지는 기분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치과를 다녀온 덕에 마취가 풀리지 않아 더 알딸딸 딸 했던 것인지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가 너무 좋았다.
한국인 한 명과 일본인 한 명 그리고 아이 둘 그렇게 이어지는 저녁식사 겸 술자리에서 대화 주제는 결국 “육아” 다.

어떻게 육아가 행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장 내일부터 엄마랑 안 잘래” 할 수도 있잖아 “당장 내일 내가 죽을 수도 있고…”
물론 저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모든 순간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온갖 핑계들로 육아 아니고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육아가 제일 행복하고 이 시간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나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너무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되는 게 육아인 것 같다는 그녀의 생각도 전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건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아이의 소중한 순간순간들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다들 생각하지만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늘 저녁에는 온 힘을 다해서 아이에게 집중해야겠다.
그렇게 하루들이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그렇게 아기를 키워내야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줘야지 또 마음만 다짐하는 오늘이다


IMG_9299.JPG 가라아게를 튀겨주는 나의 특별한 외국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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