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던 수많은 연인들이 다시 만난다. 별거중이던 많은 부부들도 다시 합친다. 나를 이만큼 사랑해줄 사람을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과를 해서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며, 골치아프던 둘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다른사람을 만나봤더니 별볼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매일 연락하고 만나던 관성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자녀들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다양한 이유로 다시 만났을테지만 공통적으로 누구보다 해피엔딩을 바란다. 다시 또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사랑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만난거라면 그렇기 때문에 헤어지지 않아야 하고, 다시 또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먼저 왜 헤어졌는가, 를 짚어보는 일이다. 지인중에, 10년 이상을 만나고 헤어진 커플이 있다. 여자쪽은 대학 졸업 후 빨리 자리를 잡았고 직장생활이 안정되어가고 연애에도 딱히 문제가 없으니 결혼을 하길 원했다. 그러나 동갑인 남자는 군대 제대후, 대학에 복학을 하고 대학원 진학을 원했고, 석사를 딴 후에 결혼하자고 구두로 합의를 보았었지만 막상 석사를 하고보니 박사과정까지 더 학업을 이어가길 원했다. 그러려면 가족을 거느리는 것보다는 혼자가 여러모로 나은지라 결혼을 계속해서 미루다가 둘은 결국 헤어졌다. 이런 경우, 둘 중 한 사람이 우선순위를 양보하거나, 자신의 요구조건을 완화시킨다면 둘은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잘 살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게 곁에서 오래도록 그들을 지켜본 나는 그 둘이 사이도 좋고 성격도 잘 맞아서 누구보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타이밍’에 관한 얘기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둘 사이에 문제가 없고 사랑한다해도, 연애나 결혼이 어렵다.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해외나 지방발령이나 이사, 결혼하고 싶은 시기나 경제적 여력, 종교문제 등 둘이 만난 그 당시에 다른 조건이나 문제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그 이유로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 그 문제가 사라졌거나 해결되었다면 그 문제때문에 헤어졌던 이들은 다시 만나서 잘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진짜 사소한 걸로 싸웠어요’ 라든가 ‘그 때 왜 싸웠는지 기억도 안나요’ 로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끝으로 치닫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뭘로 시작했든 간에 ‘헤어지자’는 말로 끝낸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은 별 것도 아닌 일로 충돌이 일어났는데 그걸 끝까지 끌고 간다는 사실이다. 화가 풀리고 감정을 추스른 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로 다툰 것이 생각나고 반성하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이들은 백 번 다시 만나봐야 또 헤어진다. 많은 이들이 헤어짐의 이유로 드는 ‘성격차이’ 가 이런 데서 비롯된다. 이런 사람들은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만난다는 건 둘 모두에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고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다시 만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싸움의 강도나 빈도가 높아지고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싸움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상대방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잘못을 눈감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속된 요즘 말로 ‘지팔지꼰’ 이라나.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술을 마시면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주식이나 코인 등 계속해서 사소한 돈문제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또 취미생활에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쇼핑을 과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모든 게 괜찮은데, 나는 괜찮지 않은데 헤어질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타협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축소시키며 눈감는 이들이 문제적 인간 옆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들을더러 ‘지팔자 지가 꼰다’고 한다. 주변에서 만류하는 것은 물론, 본인도 헤어져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기때문에 헤어져놓고, 상대방에 용서를 구하거나 사과를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또 만나고, 다시 잘못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 구제방법이 없다.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지키기위해 내가 끊어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관계를 지속하고보면 남은 건 피폐해진 내 자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려 나이들어버리고 작고 초라해진 내 자신뿐이다.
부디, 똥차가고 벤츠온다는데 똥차에게 매달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를 그 사람만큼 사랑해줄 사람은 또 나타나고, 그 사람보다 괜찮은 사람 실은 널렸다. 내 자존감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타인에게서 받는 사랑으로 나의 자존감을 찾지 마시길 바란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다. 다시 사랑하지 못할까봐, 사랑받지 못할까봐, 겁이나서 똥차를 받아주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어짐은 아프고 힘이 든다. 그러나, 시간은 간다. 그 또한 지나간다.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나를 돌보면서 헤어지는 방법을 찾으시라. 슬픔에 빠지고, 허우적대고, 바닥까지 가라앉고, 발버둥치며 비워낸 뒤에라면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예전의 나보다 더 단단하고 아름다워져 있을 것이다. 그게 지나간 똥차에게 하는 가장 강한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