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 위로
조용히 뿌려지는 비
형형색색 물드는 시간
나를
살포시 덮는다
오늘도 건너편 성당,
가루비 같은
자신의 생존 위로,
스러지는 죽음
*포도시 받아들인
연로한 순례자들
무색무언의 행진,
길 아래로 천천히
기울어진다
창문 열고 내다보다
비와 나무와 사람
그 어울림
꿈에 본 듯
그 모습 그대로
살갑다
비가 닿으면
세계는
죽어가는 것일까
살아있는 것일까
마음에서
슬며시 싹이 난다
너를 살리고
자신은 사라지는
운명일지
희생일지,
사명일까?
아직 알 수 없어도
들린다,
대지에 닿기 직전
경쾌한
비의 고백
“너를 만나다니,
*無止無知한
기적!”
* 포도시: ‘겨우, 힘을 다 소진할 정도로’라는 남도의 사투리
* 無止無知:‘무지무지’라는 부사를 사자성어로 조어한 것임. 끝이 없고, 알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