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41-365
잘 울리지 않는 물체를 잇달아 조금 세게 두드리는 소리나 모양
얼굴이 살지고 두툼하여 복스러운 모양이다.
1.
타박타박 걸을 때나
작은 막대기로 흙더미를 툭툭 칠 때 나는 소리 같기도 하다.
괜히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것 같다.
소리만으로는 여러 상상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뜻이
한 단어 속에 잘 담긴 것 같다.
한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를 품는 것처럼
삶에서도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2.
투덕투덕
생각해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도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들은,
냉정과 열정, 외향과 내향
어둠과 빛, 검정과 하양
안과 밖 등.
그뿐인가,
내 안에서도 또 다른 나와
어긋날 일이 많은데도
기적처럼 어울리는 순간이 많다.
3.
‘투덕투덕’
‘얼굴이 살찌고 복스러운 모양’에서는
숨겨진 어떤 인간미가
보기 좋게
드러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둔탁한 물건을 내리치는 모습’에서는
감춰진 어떤 인간미가
보기 힘겹게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황석영의 장길산의 한 대목에서
‘멍석이 깔리고 장정들이 내리치는 모습’을 그려낼 때
사용된 예가 적격이다.
4.
‘투덕투덕’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의미가
한 단어 속에 함께 쓰인다는 사실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 면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까지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유익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5.
좋은 말만 들리는 세계는
삶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때로는 불편한 소리도
한쪽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덕투덕’처럼
서로 다른 의미를 동시에 붙잡을 힘은
불확실한 시대를 견디게 하는
작지만 견고한 비축물이 된다.
두드림과 복스러움,
모순된 두 얼굴 속에서
우리는 끝내,
나다운 삶을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