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詩 10 — 오래된 도파민

by 푸른킴

오후 5시

여기와 저기가

마주한다


'동이근이원'

어느 사진 속

타인의 집

같은 듯 다르고 가까운 듯 먼

올 때마다 같은

감정 버무려

잘 차리려는 언어가

식탁 위에 다소곳하다


여기는 저기에게 늘 하던대로

넌지시 묻는다

“가족일까요?”

뜬금없다하면서도 언제나

저기는 여기에게 조용히 답한다

“가족이죠”


매번 사양해도

자투리 남겨진 옛 음식처럼

테이블 모서리에 오래 식혀진 질문

그래도

터지는 마음의 둑


“메뉴 어디로 드릴까요”


저기는 여기에게

여기는 저기에게

마음 내밀어

식탁에서야 마침내

익혀지는 가족

—발효된 오랜 감정

입안에서


누군가 웃으며 말한다

“이 메뉴 새롭네?

저 원시 정원,

가죽으로 옷을 차려,

홍어 삭혀지듯

저장한 말과

뱃길 같은 생존추억?”


침묵

손길이 멈추고

허공을 더듬는 눈의 냄새

—빛이 스며든다

향기가 번쩍인다


다시, 그날처럼

긴 테이블에 앉은 이들

살갑다 하기엔

조금은 대면대면—

그래도


신의 가위손,

오늘은 어떤 맛으로

추억의 옷감을 재단할지

돌아가야만 할 때까지

삼합 같은 어울림

확인, 또 공감


가족일 수 없는

양장피를 버무리고 나니

어엿한,

잘라져야 비로소 옷이 되는

그 가죽들

—싹싹 잘라지는

기억의 파편들


오후 9시

저기와 여기가 나란히

어둠 속에서도

흔들리며

사진을 찍는다


쉼 없는

우리의

도파민—


찰칵—


날마다

플래쉬 첨삭—


그래,


묵힐수록 깊은 맛,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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