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여기와 저기가
마주한다
'동이근이원'
어느 사진 속
타인의 집
같은 듯 다르고 가까운 듯 먼
올 때마다 같은
감정 버무려
잘 차리려는 언어가
식탁 위에 다소곳하다
여기는 저기에게 늘 하던대로
넌지시 묻는다
“가족일까요?”
뜬금없다하면서도 언제나
저기는 여기에게 조용히 답한다
“가족이죠”
매번 사양해도
자투리 남겨진 옛 음식처럼
테이블 모서리에 오래 식혀진 질문
그래도
터지는 마음의 둑
“메뉴 어디로 드릴까요”
저기는 여기에게
여기는 저기에게
마음 내밀어
식탁에서야 마침내
익혀지는 가족
—발효된 오랜 감정
입안에서
누군가 웃으며 말한다
“이 메뉴 새롭네?
저 원시 정원,
가죽으로 옷을 차려,
홍어 삭혀지듯
저장한 말과
뱃길 같은 생존추억?”
침묵
손길이 멈추고
허공을 더듬는 눈의 냄새
—빛이 스며든다
향기가 번쩍인다
다시, 그날처럼
긴 테이블에 앉은 이들
살갑다 하기엔
조금은 대면대면—
그래도
신의 가위손,
오늘은 어떤 맛으로
추억의 옷감을 재단할지
돌아가야만 할 때까지
삼합 같은 어울림
확인, 또 공감
가족일 수 없는
양장피를 버무리고 나니
어엿한,
잘라져야 비로소 옷이 되는
그 가죽들
—싹싹 잘라지는
기억의 파편들
오후 9시
저기와 여기가 나란히
어둠 속에서도
흔들리며
사진을 찍는다
쉼 없는
우리의
도파민—
찰칵—
날마다
플래쉬 첨삭—
그래,
묵힐수록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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