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진, 「나는 궁금하다」, 문학동네, 1999/2002.
하늘은 가을인데
땅은 겨울이 와버려
머리로 맑은 하늘을 이고
두 발로 시린 바닥을 딛고
서재로 향하는
고요한 언덕을
느릿하게 뒷걸음으로 오르다
1999년 시인 전남진도
이런 길을 걸었을까? 싶어
물끄러미 붉은 단풍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시절
전환기의 어수선 사회가 구름 따라
스쳐가고
팔리지 않는 ‘노점상 넥타이,’
‘가족들의 저녁 식사가 될 찐빵,’
남의 때 닦아주려다 자기 옷 지저분해진 ‘전철 약 이동 판매,’
‘호떡, 꼬치’ 리어카
그들 떠난 자리
내일은 기필코 그 물건
별처럼 빛나길
탄원처럼,
흘러내린 시인의 눈물
밤의 침묵으로
내 몸 타고, 땅 속으로 스며드는
나의 가을
하늘의 소리―
“그 시 듣는 자,
시가 되어 세계를 듣는 자여!”
순간
덜컹,
돌부리 걸려
내 몸
갓길 미술관 공사장
가림막 덕분에 겨우
휘청휘청하는 사이
도대체 나는
어느 시대의 별로 날아가는 것인가
강산 세 번 바뀌지도 않은 지금 여기
그 소리, 풍경만 조금 바뀐 채
음색 하나 달라지지 않은 채
거리에서, 전철에서
재생되는 카세트테이프의 환생
하지만
잊힌 계절의 그 시
박제된 채
찾아와 깨우는 이 없이
헌책방 어느 구석에 잠들어
바래지는 문자 뒤로
도대체
어떤 세계 숨어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그 시, 분명
성탄절 캐럴처럼
구원의 환가
기후 변화로 동토 녹아
재생한 박테리아처럼
책을 떠나
여기 삶의 자리로 되돌아온다면
다시
어둔 거리 깨우는
죽지 않은
시인의 별처럼―
웅장한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