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박은옥 - 12집 집중호우 사이 .삶의문화 2025-05-20-
-11월의 캠핑 끝날 아침에 들은 노래소리를 기억하며
오전 10시
기계음의 방송 — ‘퇴실 시간은 11시입니다’
소리 숲 속으로 퍼지면
갯벌의 짱뚱어처럼
방호막 안에 움츠렸던
얼굴들
하루 이틀 머물렀던 고립을 끝내려
주섬주섬 텐트 끝에 걸린
마지막 낙엽을 거둔다
오전 10시 10분
물을 끓인다
떠나야 할 전령 앞에 두고
추억은 머물렀을 때 깊어지는 법이라며
차를 건넨다
맑고 상큼했던 날씨
애플 티 잔에 담겨
작은 우주처럼 몸 안으로 삼킨다
오전 10시 20분
지난여름 수국꽃 피기를 기다리며
갯벌 참호 생존의 터전
생사 경계 넘듯 드나들던
농게 같은 우리 삶을 노래한
가객 두 사람, 한 노래의 주인공
정태춘 박은옥의 12집 앨범
“집중호우 사이,” 7번 트랙
음유하는 시인 소리 따라
생의 안식처로
농게들이 살아 나오고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집중호우 앞과 뒤 여백
생의 발화, 고요한 아우성
그 노랫소리 다시 들으며
낙엽,
사락사락 사라―락
호우(好雨) 마냥
지난밤 집중 사이
밤새
노래는 생의 찬미로 흘러
어둡고 낮고, 쌀쌀한
텐트의 아침을 감싸 안아주는
오전 10시 30분
마지막 방송이
간절하게 떨어지면
숲 속 전령과 나누던 담소를
주머니에 담고
다시 세울
마지막 텐트를 허문다
사이
가로막혔던 저 너머 하늘이
훅 밀려오고
짐수레 가득
버리지 못한 소리 담아
천천히 내려오는
서기 이천이십오 년
마침내
오전 열 시 오십오 분
소리 재회하는
날까지
샬롬―
다시
오전 열 한시
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