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여!
덕분에 잘 살았습니다.
텁텁한 날숨과 들숨 속에서도
한 끼 식사와 한 줄 낙서와 한 움큼 이야기는 여전했습니다.
바람은,
차가워도 빈틈없이 시간을 밀어주었고
죽음은,
거칠어도 따뜻하게 삶을 다독였습니다.
가을은,
쓸쓸해도 화사하게 마른땅 뚫고 솟구치는 봄을 오색 잎들로 선사했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살며시 삶의 옆자리에 자리했습니다.
창조세계에 긍휼을 접지 않으시는 이여!
바람과 시간,
죽음과 삶,
나무와 꽃을
우리 곁에 한결같이 두셨으니 다행입니다.
비록, 나는
한 푼 돈과
한 평 집과
한 톨 쌀과
한 벌 옷에
몸을 떼지 못한 채
저 바람이 불어오고,
시간이 흘러가며,
죽음이 다가오고,
삶이 흘러가며,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지는 그 경이로운 사건을 놓쳤을 때가 많았을지라도,
영원의 삶을
곧바로 거둬가지 않으셨으니 다행입니다.
창조자 당신이 짊어지셨던 자기 책임,
그 견고한 긍휼을
오늘에서야 기억합니다.
보이지 않게,
바람처럼 흔들거리는 악이면서도
그것을 선이라,
당신이 하셨다. 말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창조세계를 질서 있게 유지하는 이여!
올해는 아직 슬픕니다.
어느 젊은이들이
어른들이,
아이들이
재난과 전쟁,
폭력과 굽은 판결,
불익과 억울함 속에
자기 삶을 묻어버리고 있습니다.
하루 살면 이틀씩
도시변방으로 내몰리고,
섬 같은 어느 지방에 갇혀있으며,
인간차별에 스스로 자기를 빗장 채워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슬픈 잿더미 위, 이기적인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도록
당신을 따라 살아간 사람들,
당신의 무한한 인내를
날들이 저무는 이 시간에서야 기억합니다.
구원자여!
앞으로도
‘나’의 세계를 당신의 만들어준 것처럼 포장하는 손을 씻어내야겠습니다.
‘나’의 의지가 당신의 것인 양 채색하는 말을 다듬어야겠습니다.
‘나’의 욕구를 당신의 소망인 양 가장하는 눈을 닦아내야겠습니다.
‘나’의 생명은 야훼, 당신에게 속한 것으로 기꺼이 고백하는 맘은 굳게 해야겠습니다.
생명의 주관자여!
고요하며, 거룩한 출생이 임박했습니다.
나는 고백합니다.
“마라나-타!”
성탄은
지금, 여기 내 삶이
영원이라는 징표입니다.
내 손으로 만든 이 세계가
허름하고 투박하며,
속절없이 늙어간다 해도
여전히 은총 가운데 있다는 초(超) 정상의 증거입니다.
부디
창조와 구원,
생명과 평화로,
우리 사는 이 땅이
대동절(大同節), 선물 같은 세계로
막힘없이
한 걸음씩 함께
내딛길―
겨울비 오는 밤,
카리스 카이 에이레네!
은총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