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16-365
1.
여름 내내 물먹은 공기와 함께 살았다.
생각보다 끈적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계절은 신비로와서
이제 조금씩
물기 머금은 공기, 바람
뽀송해진다.
2
처음 이 단어를 읽었을 때는 생각보다 낯설었다.
잘못 읽었나 싶었다.
혹시 ‘산뜻하다’를 잘못 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글자 생긴 것과 달리, 그 첫인상과 다르게
마음과 옷차림과
생각이 깔끔하고 명쾌한 모습을 담고 있다.
3.
비록 서로 비슷해도
‘산뜻하다’라는 말은 살아남고
‘사뜻하다’는 스러졌다.
‘말(語)’도 생명이 있어.
힘겨운 상황에서 살아지기도 하고
별거 아닌 때에 휙 사라지기도 한다.
그 말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면, 그 말도 살아질 것이고
사랑할 수 없는 이들이 많아지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말은 사람 같아서
작은 관심 하나가 말의 삶과 사라짐을 무심하게 결정한다.
설령, 말 하나 살고 사라지는 것이 나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내 작은 마음 손길 하나,
말하나 제대로 쓰는 그 ‘말-씀’ 하나가
그 말의 생사를 결정할 수는 있다.
4.
이제 조석으로 시원하고 말끔한 바람 불어오니
어느
봄날 꽃샘 터지듯
가을날 단풍 쏟아질 날
조용히 기다려보자.
몸에 닿는 공기가
저절로 사뜻해지면,
우리 사는 세계도
이 끈적한 여름 얼른 때맞춰 물러나고
사뜻한 가을이 찾아와
내 삶도 우리 세상도
깨끗하고
말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