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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의 감촉 Jul 01. 2021

뜻밖의 기쁨

사고처럼 마주치는 일상 속 기쁨의 순간들

어제는 그랬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들러 둘째 비염 진료를 보고 분주하게 약국에 들어섰다.


두 아이와, 성인은 나 혼자 외출일 때는 과하게 긴장한다. 혹시나 잠깐이라도 내 시야에서 벗어난 사이 위험한 상황에 닥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어마어마한 기우에.. 아마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양육자들도 그럴 것이다.


그런 내게 훈훈한 인상의 약사님이 아이들 데리고 애쓴다며 무려 비타오땡 드링크제 3개와 아이들 비타민제를 한 아름 안겨준다. 생각지도 못한 친절은 일상 속 뜻밖의 기쁨이었다.


오늘은? 오늘은 이부자리를 깔고 엄마가 쓸 에너지를 다 썼다며 더 이상의 놀이는 없다 선언한뒤 지쳐 쓰러져 누웠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창문 커튼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 아이들이 비즈발을 달고 싶다고 한다. 그래? 그러면 만들어진 걸 사기보다 우리가 직접 비즈를 골라 만들어보면 어떨까? 뜻밖의 기획에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신난다. 허공에 발차기를 해대며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


이 역시 생각지 못한 기쁨이다.


얼마 전 십여년만애 다시 찾아보았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인생은 예술품이 아니고, 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이란 회한의 읊조림이 있었다.


그렇다.

삶에서 행복한 순간을 마냥 액자에 걸어놓을 수 없다.


우리는 많은 기록들을 남긴다. 여행기, 멋진 사진들, 아이들과의 추억앨범 그리고 지금 내가 시작하려 하는  “뜻밖의 기쁨들쓰기도,  모든 것들은 행복한 순간을 액자처럼   없다는 전제를 어떻게든 부정하려는 몸짓이 아닐까.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흐르는 강물을 막아보려는, 흐르는 시간을 잡아보려는 가냘프지만 용기있는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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