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生知己
나는 아침 6시 반쯤이면 침대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움츠렸던 내 몸을 일으켜. 아직 방 안은 어둡지만, 밖에서는 이미 해가 얼굴을 내밀려해.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 오늘로써 점점 너와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내가 일어나 너의 주변을 자연스럽게 어슬렁거리면 너도 이리저리 뒤척이며 일어날 준비를 해. 물론 너는 나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 네가 잠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익히 경험해서 잘 알지. 예전에 내가 안 깨우면 알람도 꺼버리고 자서 지각할 뻔했다고 얼마나 내 탓을 하던지. 그래도 그런 건 즐거운 투닥거림으로 넘어갈 수 있어. 우리 사이가 10년인데 그럴 정도는 되니까.
‘조금만 있다가 깨우지. 벌써부터 울면 어떻게 해. 어이구~ 귀여운 녀석. 잘 잤니?’
투정과 애정, 그 사이 어느 감정이 이렇게 따뜻할까. 나는 너에게 몸을 기대고 너는 나를 어루만져주면 우리의 아침은 비로소 시작되지.
‘물 줄까? 밤 새 목말랐지? 밥은 제발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 먹고 토하지 말고.’
따뜻한 밥과 물이라면 너는 밥 한 숟갈 뚝딱이라 했던가? 맞아. 나도 아침에 시원한 물과 밥이면 입 안이 행복으로 넘쳐나. 그래서 와구와구 먹게 돼. 내가 씹었던가? 원래 맛 좋은 것은 술술 넘어가는 법이지. 너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 내 멋대로 식사이지만, 나의 옆에서 밥을 다 먹고 만족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봐주는 너에게 나도 모르게 녹아버려 발라당 거실에 누워버리게 돼.
‘아유~ 이 꼬순내!’
아잇! 거긴 만지지 말라니까!
나름 소리를 내지만 이내 내 마음속에는 ‘그래 져 주자’라는 생각에 모든 감각을 내려놓아.
‘쟤는 오늘은 출근 안 하나?’
일주일에 어떤 날은 계속 가고 어느 날은 집에서 나처럼 늘어져 있더라고. 내가 어릴 적 그 패턴을 익히는데 좀 애 먹었었지. 하지만 오랜 반복으로 이제 알아.
너의 아침 시간이 나의 하루라는 것을.
나와의 꽁냥으로 인해 너의 출근이 바빠졌지만, 허둥지둥 머리를 말리고 화장하는 너를 보며,
그래...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마음 다치지 말고 사냥하고 와. 많이 못 잡아도 괜찮아. 라는 눈빛을 보내.
‘미안해. 그래도 내가 일 해야 우리 먹고살지~ 너 츄르도 트릿도 다 돈이라는 게 있어야 하거든. 아휴... 내가 부자였으면 일 안 하고 너랑 집에서 하루 종일 뒹글거릴 텐데.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
나는 항상 괜찮다고 해. 너의 생활에 대해 이제는 이해해. 이전에 ‘너 어디가? 왜가? 날 두고 가는 거 아니지?’라며 바짓가랑이 붙잡던 어린이는 이미 이렇게 커버렸단다. 괜찮아. 그게 시간이라는 거니까.
‘에구... 이제 늙었다고 말도 짧아졌네. 오늘은 꼭 칼퇴하고 올게! 잘 놀고 있어~ 저녁에 보자.’
빤히 문이 닫힐 때까지 난 너의 모습을 쳐다봐. 담아둬야지. 오늘 하루가 지나가고 있거든.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멍하니 식빵을 구워. 그냥... 좀 허 한 거 있지? 이제 나는 두 번째 하루를 위해 조금 잠을 청해.
내가 일어나면 두 번째 하루의 한 반쯤이 지나가. 조금 배가 허기지지만, 밥돌이는 내게 네가 정해놓은 시간 때 아니면 밥을 주지 않아. 치사한 녀석이라 생각하고 밥돌이 구멍에 손을 넣어 꼼지락 되면 ‘엣다!’하는 느낌으로 한두 알 떨어뜨리는데, 뭐.... 없는 것보다 낫잖아.
기지개를 켜고 높은 선반에 올라 네가 열어두고 간 베란다 한편에서 햇살을 맞고, 발 밑에 지나가는 유치원 꼬물이들을 보며 가끔은 나 혼자 피식 웃곤 해. 너도 저런 어린 때가 있었겠지.
햇살이 좋은 날은 그런대로 아닌 날은 또 아닌 대로 그렇게 해의 자리들이 조금씩 지나가면 나의 두 번째 날도 이제 거의 끝을 향해 가.
이제 나의 셋째 날은 너의 하루의 끝과 맞닿지.
아쉬운 마음에 저무는 해의 끝자락을 잡으려 이리저리 몸과 발을 움직여 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도 내일의 준비로 인사를 해버리고, 저녁 어스름의 노을이 집 안에 드리우면 나는 어느새 집에서 너의 향기의 끄트막을 느끼는데 마음을 두게 돼. 이제 돌아와 줘. 무사히.
또각또각...
어딘가에서 익숙한 발걸음이 들려와. 나는 그 순간 안도와 다행으로 적적했던 나의 마음을 미루게 되고, 현관에 앉아 너의 오늘 하루의 끝을 함께 할, 나의 세 번째 날을 맞이하지.
‘오래 기다렸지~ 잘 있었어? 아유 이뻐라. 나 많이 기다렸지? 손 닦고 우리 같이 밥 먹자.’
아니 조금 더... 조금 더 우리 마음을 비비고 싶은데. 그래, 이제 이해해. 너는 나와 너의 저녁을 챙기기 위해 지금부터 또 바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그래도 네가 있어 집안의 불은 켜지고 온기도 생기고, 목소리며... 모든 것이 가득 차.
너의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때로는 네가 벗어둔 옷에 얼굴을 파묻고, 그래, 오늘은 슬픈 얼굴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며 내가 네 엄마도 아닌데 마음을 내려놓게 돼.
‘맘마 먹자’
와그작 나의 밥 먹는 소리, 오독오독 너의 밥 먹는 소리가 tv소리와 함께 집 안에 퍼지면 저절로 '고르릉' 소리가 내 입밖에 나오고, 동시에 날아오는 너의 환한 미소가 나의 둘째 날의 외로움을 잊게 해 줘.
만족스러운 밥을 먹고 소파에 맥주 캔 하나에 과자 한 봉자리 가지고 와 나를 무릎 위로 불러주면 우리는 드디어... 합체!
때때로 머리며 엉덩이를 두들겨주고 얼굴도 한번 봐주고 드라마 주인공 욕도 내게 하고 그 속에서
‘꼭 20살까지 살아! 우리 이제 겨우 반 온 거야.’
라고 말하는 너를 보면 나도 네 눈을 바라보며 눈에 담으려 해.
10년을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너무 큰 위안이 되어버린 우리가 앞으로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의 다름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거든.
‘에구... 너 흰 털 많이 났다. 아구 이렇게 늙어서 어떻게 해. 이제 할아버지 다 됐네? 하하! 내가 더 잘 모시겠습니다 하하. 그래도 난 너 엄청 더 사랑해!’
나의 셋째 날은 늘 오늘 같았으면 해. 그게 너의 하루의 마지막이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야.
씻고 잠자리에 든 너의 옆구리에서 오늘은 자리를 잡고 너의 밤을 지키려 해.
‘웬일 이아~ 여기로 다 오고. 너 지정석 침대 끝 아니었어? 난 또 네가 이렇게 부대끼며 자는 것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잘 자! 우리 꿈에서 만나!’
그래, 잘 자.
오늘도 오늘을 버티느라, 사냥하느라, 나 걱정해주느라 고생 많았어. 나도 너를 기다리며 걱정하며 삼일을 보냈지만 괜찮아. 이제 우리 꿈에서 너의 내일을, 나의 다음 날을 맞이하자.
오늘의 너를 그리고 내일의 너도 언젠가 마지막 날의 너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