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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Feb 25. 2020

우리 사이에 미움의 바이러스는 없었으면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코로나 19가 발병하고 감염자 추세가 하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월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제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4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매일, 매 시간 뉴스를 보며 한숨을 쉬고 두려움에 떨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가 모이는 카페에는 예식과 신혼여행을 취소할지, 미룰지, 그대로 강행해야 할 지에 대한 글뿐만 아니라 코로나를 원망하는 글들도 매 분마다 올라오고 있었다. 심지어 어젠 신혼여행지에서 강제 귀국을 당하거나, 격리당했다는 기사와 글들을 보며 무척이나 안타깝고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에 좀처럼 편하지가 않다.

 

 청첩장을 아직 보내지도 않았는데 내게 코로나 기사를 퍼 나르며 결혼식을 갈지 말 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먼저 오지마라고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 시국에 결혼식을 하는 게 말이냐-라는 말을 들었을 땐 참석이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감정적인 대응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객보다 신부가 더 위험하다 쳇)

 오지도 않을 사람들의 핀잔 섞인 반응들 때문에 예식을 미룰까 생각했지만, 우리는 그냥 예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날이 따뜻해져서 사태가 잠잠해지면 정말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그때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손님이 오시든, 오시지 않든 결혼은 우리에게 좋은 날이니 진행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참석해 주신다고 말씀해주시는 몇몇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코로나19 사태와 무척 흡사한 영화 컨테이져

 계속되는 뉴스 특보와 재난 문자, SNS의 동향, 지인들이 퍼 나르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에 떠는지 알 수 있겠다. 나도 괜히 기침이라도 나면 걱정이 돼서 집콕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으니까. 처음엔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는 기사들이 되려 불안을 키우는 건 아닌가 싶다. 팩트만 전달해야 하는 기사에는 누군가를 탓하는 뉘앙스가 담겨있고(완전 탓을 안 할 순 없는 사태긴 했지만) 그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가격이 치솟는데도 구하기조차 어려워졌고, (매점매석과 도난도 많아지고)생필품은 동이 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늘어났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한산해졌다.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코로나 19보다 더 큰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내 옆 사람도 확진자가 아닐까, 내가 확진자는 아닐까라는 의심과 불안, 확진자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병이 들었다. 사람들은 서로 예민해지고 날카롭게 반응한다. 금방 슬퍼지고, 우울해지며, 쉽게 공격적으로 변한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확산 속도는 실제 병이 퍼지는 것보다 더욱 무섭게 전 세계를 공포로 물들게 했다.


충격과 공포의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우리의 바이러스도 이렇게 퍼져 나가는 것 같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 19. 그리고 갈수록 빠르게 변이 해서 대처하기조차 어려운 바이러스.

 이제 정말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던 전염병의 시대에 우리도 접어들게 된 것일까?

 코로나 19가 잡힌다 한들 또 어떤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모르고 어떤 변이가 생겨날지 모르겠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코로나 19와 같은 모습은 반복될 것이다. 인간은 이제 다양한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전염병에서 피해 갈 수 없다.  

 바이러스의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병든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치료제가 무엇보다도 필요해 보인다. 오늘의 일이 만들어낸 마음의 병은 결코 백신만으로는 치유되지 않고 또 다른 바이러스 앞에서 똑같은 양상으로 드러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보다 더욱 걱정되는 점이다.



 오늘도 확진자 경보가 휴대폰에서 요란하게 울린다.

 전염병의 시대를 내가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만큼은 병에 물들지 않도록 나는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첫째,  개인 면역이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

 둘째,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 쓸 것.

 셋째, 병에 걸리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에 최선을 다 할 것. (영화처럼 치열하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내 마음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병에 걸리지 않게 지켜 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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