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좀 어지러운데
한 땀 한 땀 바늘로 새긴 타투 같아요.
꽃잎 하나하나. 핏방울 망울망울.
꽃들이 향기를 팔아 사려는 것이
끝없는 감옥이라 하면, 좀 그런가요?
죄를 모르면서 회개하는 죄인처럼
시를 모르면서 시를 쓰는 시인처럼
바다에 갇힌 파도와 하늘에 붙잡힌 별
태어났으니 살아야지, 하는 건 좀 그런가요?
도망치는 물결과 달아나는 새와 뛰어가는 발자국
둥글게 둥글게 그려도 기울어진 지구처럼
비스듬해지는 마음
영원히 돌 것 같아요. 빙빙 빙빙.
넘어져도 모르고, 떨어져도 모르고.
누가 죄인인지 누가 시인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따끔따끔 바늘로 찌르며
가을을 그리는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요.
사라져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
우는 사람 앞을 지나는
행인1 행인2 행인3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지요.
가만히 있는데 저 멀리 성큼성큼
길이 돌아와요. 돌아가요.
이제 힘내서 걸어야 할까요?
난 좀 어지러운데.
-[모던포엠] 2022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