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와 에프킬라
굶는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일어나면
햇볕에 튜브 바람 빠지듯
흐물흐물
한 끼 두 끼 세 끼가 되기 전에
먹을 것을 찾게 된다
자주 죽고 싶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텐데
이런 농담할 곳이 없을 때
바퀴벌레 바퀴벌레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여도 수많은 바퀴가
뱅뱅 돌고 있는 느낌
에프킬라로 하얀 샤워를 시킨다
고통을 짧게 해 줄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동차 바퀴 아래 아기 고양이에게
먹어 봐, 먹어 봐
연어 캔을 부어 주면서
귀여워 가여워 중얼거리다
바퀴벌레에게도 새끼가 있었을까
생각이 생각을 낳고 또 생각을 낳고
바퀴벌레가 까맣게 뒤덮인 생각의 바퀴 아래
바퀴벌레의 흰 덩어리를 입안에 넣는다* 해도
바퀴벌레는 바퀴벌레 고양이는 고양이
어둠을 사랑하지만
어둠만으로 살 수 없어
연어 에프킬라 연어 에프킬라 에프킬라 연어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G.H.에 따른 수난』.
-[문파] 202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