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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하늘의 색

 하늘의 색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나는 파랗다고 하죠. 이제 희붉어지고 있어요.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 볼 수 있는 것만 볼 뿐이죠. 블랙홀에서 소리를 찾았다고 해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꾸었대요. 음산한 괴물 소리가 나요. 사실 우리 귀에만 그렇게 들릴 뿐이죠.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라는 말이 싫지만 쓰게 될 때가 있어요. 같은 일을 다르게 기억하는 친구를 만났어요. 누구도 거짓말쟁이는 아니죠. 어디에나 잘못이 있어서 잘못된 기억 역시 당연하잖아요. 어떤 기억이 잘못된 건지 영영 알 수 없겠지만요. 어두워지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더 잘 볼 수 있는 동물이 있대요. 그들은 어둠을 빛이라고 부를까요. 해가 져요. 어디선가 뜨고 있겠지만. 불확실한 기억 속에서 누군가를 불러낸다 해도 어쩌겠어요. 기억할 수 있는 것만 기억할 뿐인걸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나는 보고 또 듣고 있죠. 블랙홀 같은 검은 하늘을.



-[모던포엠]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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