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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까마귀 숲

  까마귀 숲

 



  캄캄한 삼나무 숲은 묘지 같다.

  까마귀들이 겁도 없이 옆을 스친다. 이 많은 까마귀는 어디서 왔을까? 지난봄 알들이 열매처럼 나무에 맺혀 있었던 걸까? 알은 제가 검은 새가 될 줄 알았을까? 깨어나 얼마나 놀랐을까? 까악!


  울음을 감춘 사람처럼

  검은 외투를 입고 숲의 입구에 섰다.

  눈이 내리고 눈은 내리고. 폭설이에요, 더는 들어가지 말라는 관리인의 말에 멈춘다. 까마귀는 까악 까악 오는 눈을 다 맞아도 까맣고, 손바닥에 내린 몇 송이 눈도 흰빛을 피해 스러지는데


  봄이 오면 맺힐 알들 쏟아진다.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잎은 초록빛을 반사해 초록이 되고 그렇게 밀어내는 힘으로 무성해지지. 그러면 까악 까악 까마귀는 어떤 빛도 내뱉지 않은 걸까? 모든 빛을 담아둔 검은 상자. 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죽음이 새의 몸속에서 그렇게 다시 버무려진다면


  눈은 왜 하얗게 쏟아지는지

  나는 왜 하얀 김을 하악 하악 뱉어내고 있는지



-[계간문예]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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