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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변영현
Sep 22. 2023
잠의 풀밭
잠의 풀밭
눈을 뜨면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
무엇도 아니라는 생각뿐인데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고 박쥐는 새가 아니고
아니지만 이름을 벗을 수 없고 바다를 떠날 수 없고 날개를 버릴 수 없다
온몸이 피로로 꽉 차면 딸깍
스위치를 내리듯 눈을 감는다
누가 내 잠에 죽음을 탄 걸까
깨어나지 못할 것처럼 깊이 가라앉는다
잠은 낱개 포장된 죽음
낱개의 죽음을 다 써 버리면
죽음의 원액을 마셔야 할까
버둥버둥 버둥거린다 언제 내 다리에 비늘이 돋았나 마른 바닥 물고기가 되어 물 좀 주세요 물 좀 주세요 물 한 컵이면 붕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은데
되돌아간다 돌아가서
다시 낯선 이름으로 꿈을 꾸고
어쩌면 나는 잠이 피워낸 풀 한 포기
내 뿌리는 언제나 잠을 움켜쥐고 있다
-[모던포엠]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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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등단.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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