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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연어와 에프킬라

연어와 에프킬라


     

   

굶는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일어나면

햇볕에 튜브 바람 빠지듯

흐물흐물


한 끼 두 끼 세 끼가 되기 전에

먹을 것을 찾게 된다

자주 죽고 싶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텐데

이런 농담할 곳이 없을 때


바퀴벌레 바퀴벌레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여도 수많은 바퀴가

뱅뱅 돌고 있는 느낌

에프킬라로 하얀 샤워를 시킨다


고통을 짧게 해 줄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동차 바퀴 아래 아기 고양이에게

먹어 봐, 먹어 봐

연어 캔을 부어 주면서

귀여워 가여워 중얼거리다


바퀴벌레에게도 새끼가 있었을까

생각이 생각을 낳고 또 생각을 낳고

바퀴벌레가 까맣게 뒤덮인 생각의 바퀴 아래


바퀴벌레의 흰 덩어리를 입안에 넣는다* 해도

바퀴벌레는 바퀴벌레 고양이는 고양이

어둠을 사랑하지만

어둠만으로 살 수 없어


연어 에프킬라 연어 에프킬라 에프킬라 연어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G.H.에 따른 수난』.



-[문파]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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