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로도 약분되고 3으로도 약분되는 수는 6으로도 약분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외로운 눈빛이 되어
세상 참 살기 힘들다
고 중얼거리던 딸은 이번 주에는 아예 약분을 마음에서 내려놓아 버렸다. 매일 학습지 분량을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 해서 스티커를 하나씩 받아 챙기던 아이는 스티커를 포기하고 학습지를 저 멀리 밀어놓았다.
공부든 생활이든 환경을 만들어주고 루틴을 짜주면 아이들은 자기가 해낼 수 있는 과업에 성취감을 느낀다. 근데 과부하가 걸린 아이가 매일 해야 하는 과업을 거부한다면 저게 태도의 문제인가 역량의 문제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태도가 문제라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고, 역량의 문제라면 과제를 더 작은 단위로 쪼개든, 일정 기간 동안 지켜보며 개입하든 해야 할 것이다.
일단은 태도인가 하며 스티커를 50개 모았을 때 원하던 휴대폰 케이스를 사주기로 약속해 보았다. 행동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살살 풀지도 않은 학습지를 푼 양 거짓말을 한다. 화도 내 보았다. 그래도 안 한다.
그렇다면 이건 태도의 문제는 아니구나...
아이를 앉혀놓고 학습지의 수학 부분만 엄마와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네가 안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혼을 냈는데 엄마가 잘못한 것 같다고 네가 안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과제가 어려워 마음이 외로웠을 것 같다고 얘기해 주었다. 확실히 그냥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집중력이 나아진다.
아이가 왜 엄마가 도와주는 것도 아닌데 옆에 있으면 문제가 잘 풀리느냐고 되려 나에게 물어본다. 어려운 일을 할 때는 마음이 외로워지기 때문에 힘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고 알려주며 앞으로 당분간은 엄마랑 같이 학습지를 풀어도 스티커를 주겠다고 안아주었다.
우리 작명 전문가께서는 나의 이 분석적이고 복잡한 과정의 양육을 한 단어로 정의 내려주신다.
오~ 빠른 태세전환!
'이 녀석 약분을 가르치지 않아도 세상 사는데 아무 문제없지 않을까?'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어딘가에서 자꾸 들려온다.
나도 퇴근 후 4시간 정도의 시간 중 30분 이상을 딸내미 약분에 투자하는 건 꽤 큰 투자인데 아무래도 이 녀석은 약분으로 먹고살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