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그 아이가 자라서 어떤 인물이 되겠습니까?"
교장선생님이 물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어디에서도 성공 못할 놈이니까요."
그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교실에 네가 있는 것 자체가 수업을 망가뜨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그의 선생님이 말했다. 결국 그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자네에게는 한 가지 결점이 있어. 도저히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지."
조교수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그에게 한 교수가 말했다.
곤궁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하였고,
친구의 아버지 도움을 받아 겨우 일자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
4토막의 짧은 이 일화들은 어느 한 남자의 20대 이전에 벌어진 일이고, 그는 이제 20대 중반을 치달아가고 있다. 앞으로 그에겐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친구의 아버지가 소개해 준 직업으로 평생을 변변찮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고,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한 채 폭력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과거의 상처 입은 기억의 총부리가 겨누워졌을 때조차 의연하게 총부리를 마주하며 미래를 향해 돌아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돌아서서 의연하게 걸어간다 하더라도 과거라는 탄환은 언제라도 나를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에 대하여 생리적 혐오를 가진 상대에게 아무리 정중하게 대해도, 그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도리어 무례한 놈이라 여겨질 뿐이다. 반드시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치마라. 이러한 때에는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평소의 자세로 담담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이 모여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틀을 기준으로 타인의 옳고 그름을 판별한다. 그곳은 닫힌 공간이 되어 버려, 더 이상 새로운 사고나 발상이 나오지 않은 채 부패되어간다. 가끔 운 없게도 닫힌 공간에 갇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 공간 안에서 새로운 생각을 가진 나에게 혐오를 가진 상대를 만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 상처는 일생동안 지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처가 깊어 아물지 않고 나의 삶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벗어나야 한다. 돌아서야 한다. 하루치 양식을 얻기 급급한 세상의 빈곤함과 맞닥뜨리는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신을 버리면 주어질 수 있는 배부른 삶에 대한 욕구가 나를 잡아당겨도 돌아서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일으키는 길이다.
일화에서 소개된 청년의 뒷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는 26세가 되던 해에 논문 5편을 써낸다. 5편은 모두 과학사의 획을 긋는 단초가 되었고, 그중 하나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열어젖혔으며, 다른 하나는 '상대성 이론'이라는 시간의 상대성을 증명하여 인류의 사상과 과학을 뒤집어버린다. 이 논문 중 하나로 그는 노벨상을 수상하고, 20세기의 최고 천재로 추앙받으며, 반전운동을 하는 사회운동가로서, 뉴턴 물리학을 넘어선 과학자로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 그는 바로 아인슈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