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모바일에 이은 Front AI 플랫폼
2000년대초 닷컴 버블론보다 과한 AI 열풍이 IT 산업을 넘어 산업 전방위로 쓰나미처럼 몰아치고 있다. IT 주요 기업은 물론 이거니와 제조사, 통신사, 유통사 등 각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AI를 기업의 주력 비전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각 국가의 정부에서도 AI를 신사업 동력의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이건 제2의 AI 버블론이 아닌가 싶을만큼 전 세계가 새로운 기술에 열광이다.
AI를 기술적으로 인식함에 있어서 그 용도를 2가지로 나누어서 해석해야 한다. 하나는 특정한 솔루션으로 자율주행, 얼굴인식, 공정 효율화, 공장자동화 등 제한된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다. 주로 B2B AI로 특별한 기능에 최적화되어 운영되는 AI이다. 두번째는 인터넷 검색처럼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AI Assistant(인공지능 비서)를 위한 AI이다. 후자의 AI는 대중적으로 사용되어 웹, 모바일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하여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AI 플랫폼은 클라우드에 AI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사용자와 연결되어지는 방식으로 동작된다.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가 탑재되어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듯이 스마트 스피커가 클라우드의 AI에 연결되어 AI Assistant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기존의 웹에서 사용하던 검색이나 모바일의 페이스북과는 달리 AI 플랫폼에서는 PC, 스마트폰을 넘어 주변의 모든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AI Assistant가 탑재되는 대상이 된다. SKT의 ‘누구’라는 스마트 스피커에는 아리아라는 SK텔레콤의 AI Assistant가 탑재되어 있으며, 이 AI 비서는 스마트폰 Tmap 앱에도 탑재되어서 제공된다. 스피커를 이용하지 않고 Tmap을 이용해서 아리아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구글의 AI Assistant는 LG전자의 엑스붐 ThinQ라는 스피커와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TV, 구글 오토가 탑재된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크롬북 등의 컴퓨터에 SW를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다.
알렉사, OK구글, 헤이 카카오, 아리아, 클로바 등의 AI Assistant는 하드웨어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제공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등에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거나 다른 SW에 하나의 기능으로 통합되어 제공될 수 있다. 향후에는 웹 브라우저에서 네이버 카페나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에 연결하듯이 AI Assistant를 호출해서 음성이나 텍스트로 어디서든 서비스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어떤 플랫폼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AI Assistant를 킬러앱으로 이용해서 클라우드 속 AI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AI 플랫폼의 큰 특징이다.
또한, AI Assistant는 단일 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종합적인 킬러앱이다. 알렉사를 이용하면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의 서비스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8만개가 넘는 외부의 서비스들을 알렉사에서 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의 알렉사라는 AI 플랫폼 위에 외부의 서비스들이 연결되어 동작되고, 알렉사라는 AI Assistant를 이용해서 이들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기존 그 어떤 IT 플랫폼보다 다양한 서비스들, 소프트웨어들, 하드웨어들을 클라우드 속 AI와 연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AI Assistant라는 고객 접점을 통해서 이들 외부의 자원을 단일된 채널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자 대상의 범용적 AI는 AI Assistant라는 킬러앱을 통해서 사용자와 만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클라우드 속 AI가 수 많은 자원들을 삼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AI 생태계가 만들어지며 더 많은 사용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더 오래도록 자주 연결되어 기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더 많은 서비스들을 제공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AI 플랫폼을 지배한 기업은 기존의 그 어떤 플랫폼 기업보다 더 강력한 헤게모니 주도권을 가지면서 모든 서비스와 비즈니스의 중심축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시장 지배력은 왠만한 킬러앱이나 플랫폼으로는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의 주요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제조업체, 통신사가 나서서 AI 플랫폼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과 구글,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전자와 샤오미, SKT와 KT가 이 거대한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유례없는 전쟁 중이다. 그런데 이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중요할까. AI의 성능? AI Assistant의 인식률? 스마트 스피커의 판매량? AI 플랫폼에 등록된 3rd party 서비스의 개수?
플랫폼의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플랫폼을 사용하며 다양한 가치를 서로 간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다양한 목적으로 AI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사용자들에게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AI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연동되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A부터 Z까지 플랫폼 주체가 제공할 수는 없다. 외부의 서비스들 여기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 모든 서비스가 AI 플랫폼에 등록되어 사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플랫폼은 윈도우나 iOS, 안드로이드처럼 다른 SW, App 그리고 서비스들을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서 기술 인프라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누구 디벨로퍼스 등이 앞서 있다.
AI Assistant가 자리 매김하려면 사용자의 말을 잘 인식하고, 음악이나 날씨 정보 등의 가장 많이 애용하는 서비스를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같은 영역은 당장 미흡함이 있어도 개선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I Assistant에 명령을 내려서 다양한 용도로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AI 플랫폼에 등록된 외부 서비스들이 많아야 하는데 이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AI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몇 개의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입맛따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성에 있다. 아마존 알렉사가 구글 어시스턴트에 위협적인 것은 8만개가 넘는 Skill들이 알렉사에 연계되어 다양한 용도로 알렉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구글 AI에는 1600개 이상의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1만가지 종류의 기기를 등록해서 제어할 수 있으며, 알렉사는 4500개의 브랜드의 3만개 가량의 기기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스마트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외에도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어 AI Assistant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즉, AI 플랫폼의 성공 요인 중 두 번째는 AI Assistant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의 접근성이다. 이는 단지 스마트 스피커를 많이 판매한 보급대수에서만 찾아서는 안되고 보다 다양한 경로로 AI assistant를 호출할 수 있는 접근 가능성을 말한다. 알렉사가 탑재된 디바이스는 1억대가 넘지만, 구글의 AI는 전 세계 수십억대 보급된 안드로이드 폰과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태블릿, 크롬 브라우저가 내장된 크롬북 등을 통해서 사용자와 만날 수 있다. 또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도 구글 Assistant 앱을 설치해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 면에서는 알렉사보다 더 뛰어나다.
AI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만드는 비즈니스 생태계이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AI 기술보다는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동하는 기술력과 파트너십 역량 그리고 고객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마케팅 파워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AI 플랫폼은 과연 누가 지배할 수 있을까? 한국의 AI 플랫폼 사업을 하는 곳들은 이같은 핵심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비와 추진 전략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진단하면 AI 플랫폼의 승자가 누가 될 수 있을지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