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좀쪄라 가스나야”
스무번쯤, 아니 곱하기 2를 해서 마흔번은 족히 들었던 말이었다.
내 얼굴만 보면, 아니 얼굴을 보지않고 전화나 이메일로도 늘 나에게 “살”좀 찌라고 호통쳤다.
살찌는 사람도 마음먹고 찌는 것이 아니겠지만,
살이 안찌는 사람도 마음먹고 일부러 안찌는건 아니라는걸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니 이십년 이상을 친구로 지낸 사이니 나라는 아이는 늘 이모양이라는걸 모를리가 없다.
저녁을 한다고 주방에서 서성 거리다가 호들갑스러운 알림과 함께 도착한 메세지를 슬쩍 보고는,
입은 살짝 웃음을 머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십년도 전에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함께 동해바다로 어디로 여행을 하다가,
커피 한잔 혹은 술잔을 기울이면서 수없이 했던 그 말은,
저녁을 하는 무방비상태의 나에게 바로 와서 꽂혔다.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이럴때만 나오는 사투리 억양까지 함께 배달되어 온것 같았다.
“살좀쪄라 가스나야”
그 짧은 여덟글자 속에서,
나의 몸건강을 걱정하고,
나의 마음건강을 걱정하고,
내 가족을 걱정하고 그리고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모두 한꺼번에 느껴져서 그랬던것 같다.
당장 답장을 하지 못할만큼 바쁜건 아니었지만, 그냥 하지 않았다.
전화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창문 밖을 한 이 삼분 바라보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촉촉했던 눈가가 다 말랐다.
나는 다시 금세 단단해져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저녁준비를 계속했다.
아마, 난 다시 또 당분간은 살이 찌지는 않을것 같고,
넌 나에게 또 말할거고,
그리고 난 그말을 아껴 들으며 고마워하겠지.
그저 그 정도의 안부에, 걱정에, 그리움에 조금 굶주려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그 수십번 들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말이 이렇게 마음을 크게 휘저었던것일까.
그리고 사실, “살좀 쪄라 가스나야” 앞에,
“자려고 누었는데 갑자기 네 생각이 나더라”가 있어서,
그래서 좀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