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만 5살때, 청개구리짓을 할때의 이야기이다.
아이는 요즘 청개구리다.
아무것도 아닌 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엄마나 아빠가 하라고 하면 반대로 하고 싶어한다.
이유도 없다. 그냥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
물론, 우리 아이만 그러는건 아닐거라 생각한다.
만약 그런거라면 이건 너무 억울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그런 시기를 지난다고 하니까 보듬어 주려고 하지만
꽤 오랜기간동안 엄마아빠와 기싸움을 해나가는 아이를 보면
다 이러고 애들 키우는거 맞나 싶다.
이 청개구리 행동은 정말 사람 진을 다 뺀다.
말을 꺼낼수도, 그렇다고 꺼내지 않을수도 없고,
말을 꺼내면 반대로 한다고 하니, 그렇다고 반대로 하라고 할수는 없고,
사면초가의 순간이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어,
개굴아, "오늘 아침은 빵이 없으니까 시리얼을 먹는게 어때?" 하면
아하, 요거 건수 잡았다는 듯이, 자기는 빵이 먹고 싶다면서 떼를 쓴다.
더 사소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비가 올것 같으니까 운동화를 신꼬 나가는게 어때?" 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샌들을 신겠다고 떼쓰기 시작.
"오늘은 아빠랑 수영가고 내일 도서관에 가는게 어때?" 하면
오늘 도서관에 가고 내일 수영을 가겠다고 떼쓰기 시작.
혹자는 우리집이 너무 민주주의라고 아이에게 동의를 구하는 형식으로 물어보는게 잘못되었다는데
이러나 저러나 하루의 매 순간마다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그나마 고안해낸 청개구리와의 대화법은
리스크를 감소하고라도 우리가 선호하지 않는 선택지를 우선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집에 빵이 똑 떨어진 아침에는,
"개굴아 아침에 시리얼 말고 빵 먹는게 어때?" 이렇게.
빵 말고 시리얼 먹자고 했다간 100% 빵을 먹겠다고 청개구리짓을 할테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면 빵과 시리얼 50:50의 확률을 갖는다.
희안하게도 이렇게 반대로 제안할 땐 또 100% 청개구리짓을 안해서
우리를 당황시킨다.
해서,
50%의 리스크 ("그래 오늘은 빵 먹자")를 안고, 50%의 희망으로 ("싫어, 오늘은 시리얼 먹을래?)품고,
텅 빈 빵봉지를 몰래 숨기며, 오늘은 빵먹자 개굴아! 이렇게 조심스레 외치는 것이다.
그러나, 빵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나면 얼마나 긴장되는지 모른다.
청개구리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전혀 예측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방법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열에 한두번 실패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반대로 물어보니 우리 청개구리도 헷갈리는지
다행스레 반대로, 그러니까 즉 우리 부부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대답한다.
아 진짜 시리얼이고 빵이고 이런게 뭐 그리 대단하거라고 지금 키득거리는 분들 많으실거 안다.
그리고 나도 남편도 어이없는건 마찬가지다.
뭔가 해야할 일이 생기면, 남편과 나는 미리 만나 머리를 굴려서
질문을 거꾸로 하는 연습을 한번 하고 개구리에게 간다.
아 이거 근데 내가 헷갈려서
이도저도 아닌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진짜 쉽게 가는 법이 없다
커버이미지: Photo by Bernard Hermant on Unsplash